애플의 자체 인공지능(AI) 개발 계획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AI 음성비서 시리(Siri)의 개발 수장 교체로 내부 전략이 혼선을 겪은데 이어 시리에 외부 AI 모델 도입 방안 검토 보도까지 나오자AI 개발 수장을 포함한 핵심 연구원들이 연이어 이탈하고 있어서다.
9일 IT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파격 제안(최대 1억 달러 계약 복합 보상 패키지)에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FM) 개발 팀을총괄해온 임원 루밍 팡이 메타로 이직했다.
팡은 2021년 구글에서 애플로 옮겨 약 100명 규모 AFM 팀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이메일 요약·우선순위 알림·생성형 이모지 등 대형언어모델(LLM)과 애플 자체 AI 모델 개발을 주도했다.
팡과 함께 AFM 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톰 건터도 지난달 애플을 떠났다. 블룸버그는 "팡의 이탈에 AFM 그룹에서 추가 이탈이 예상된다"며 "여러 엔지니어들이 동료에게 자신이 메타 등으로 떠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 ⓒ AFP=뉴스1
AFM팀의 사기는 외부 AI 모델을 시리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더 크게 저하됐다.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AI팀을 'AIMLess'(목표 없는)라는 자조 섞인 별명으로 불러온 것으로 전해졌다.
AI 개발 팀 리더십 개편에 따른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AI 개발 책임자였던 존 지아난드레아가 최근 WWDC25에서 모습을 감추면서 조만간 애플을 떠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AI 개발 책임자는 마이크 록웰 애플 비전 제품 그룹 부문장이 맡고 있다. 록웰은 혼합현실(XR) 기기 '비전 프로'를 개발한 인물로 시리 경영진을 자신의 팀 출신들로전면 교체하며 조직 문화 쇄신에 나섰다.
애플은 당초 자체 AI 모델 기반 시리를 2024년 가을 아이폰 모델 등에 탑재할 계획이었지만, 기술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출시일이 계속 지연됐고 현재 2026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애플의 하드웨어 중심 사업 모델이 AI 시대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클라우드 기반 기술 혁신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이 독자 개발보단 외부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내년으로 미뤄진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개발 및 시리의 아이폰 iOS 26.4 버전 탑재 역시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MS 등은 기존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통합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애플은 기기 내 처리(온디바이스)에 집중하면서 클라우드 기반 AI 대비 성능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애플의 프라이버시 중시 전략도 AI 경쟁력을 저하시킨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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