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펙 따지는 문화 못고치면 이공계 '탈조선' 계속된다"

IT/과학

뉴스1,

2025년 7월 09일, 오전 09:00

8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강동현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 강 책임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이날부터 10일까지 주관하는 '2025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에 참석했다./뉴스1 © News1 윤주영 기자

한국이 재외한인 이공계 인재를 다시 불러들이려면 연구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논문 피인용지수로만 성과를 보거나, 엘리트 진학코스를 따지는 교수 임용 관습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달 8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인터뷰를 가진 강동현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본인의 경험을 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10년 서강대에서 무기화학 석사 학위를 취득, 2016년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에서 재료화학 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한국의 모 대기업 배터리 개발 부서에서 약 2년을 근무했지만, 특성상 자유로운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연구계 재진입을 결심했지만 한국에서 취업은 쉽지 않았다고 강 책임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기업에서 근무한 탓에 나이도 많았을 뿐 아니라, 논문 피인용지수 등 정량적 스펙도 부족했다. 그런데 국내 대학은 교수 임용 시 이를 엄격하게 따져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를 받아준 건 미국 국책연구소였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연구소는 그의 나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으며, 기업 경험도 높이 샀다.

강 책임은 "아르곤연구소는 에너지 연구가 주 임무"라며 "산업 최전선 기술인 배터리를 경험한 게, 연구 스케일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소는)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곤연구소는 나이나 논문 이력도 따지지 않았다. 연구소 합류 후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봤다"고 덧붙였다.

물론 국립 연구소인 만큼 아르곤 연구소도 임무가 있다. 하지만 차세대 에너지원, 탄소 저감 등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비교적 다양한 연구를 믿고 지원해 준다고 강 책임연구원은 전했다.

미국은 전략기술 분야라도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넓게 투자한다는 의미다.

8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인터뷰를 가진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 한 이사장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이날부터 11일까지 주관하는 '2025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에 참석했다./뉴스1 © News1 윤주영 기자

강 책임연구원 같은 신진연구자뿐 아니라 국내를 떠나는 원로 과학자를 붙잡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해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 최근 이영희 성균관대 HCR 석좌교수 등이 은퇴 후 중국행을 택해 안타까움을 샀다.

같은 날 인터뷰를 가진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은 "대학 정원 문제 때문에 정년이 지난 교수들은 연구할 기회가 없다"며 "기술이 있지만 논문을 낼 수 없고, 기업 입장에서도 석학을 초빙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재원이 한정된 게 문제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재원 할당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며 "너무 많은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을 외치는 것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대학별 역할을 나누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