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친구도 적도 없다"…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 AI시대' 생존 전략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7월 09일, 오후 07:1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자율주행 시대에는 적도, 친구도 따로 없습니다. 빠르게 손잡고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곧 생존 전략입니다.”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이동연구소장(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과 피지컬 AI(인공지능 기반 실물 이동체) 시대에 필요한 전략으로 △핵심 기술 내재화 △빠르고 유연한 협업을 꼽으며, 업계 전반에 ‘합종연횡의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이 9일 2025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장 부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강조한 ‘피지컬 AI’ 개념을 언급하며, 자율주행이 이를 구현할 가장 현실적이고 선도적인 분야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율주행은 로봇과 함께 피지컬 AI 시대를 여는 핵심 기술”이라며, 낮은 시장 전환 비용과 높은 운영 효율성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국내에서 자율주행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장 부사장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본력과 국가 전략을 바탕으로 이미 자율주행을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하면서 “기술 성숙도, 운영 경제성, 규제 환경, 글로벌 확산 속도 모두 자율주행의 ‘현실화’를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피지컬 AI의 부상으로 기존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기업(TNC)들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공급자가 플랫폼의 주도권을 빠르게 장악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부사장은 “웨이모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와 리프트가 양분하던 시장을 잠식했고, 최근 6개월간은 리프트를 추월했다”며 “플랫폼 주도권이 자율주행 기술 공급자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우버 등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계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선도 기업의 차량을 도입해 빠르게 따라가면서도,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생태계를 조성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2025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 컨퍼런스’에서 대한민국 자율주행 기술 미래 전략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그는 자율주행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계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OEM(완성차 제조사)을 갖추고 있지만, 자율주행에 특화된 기초 차량 설계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며 “국내 완성차, 티어1·티어2 부품사 간의 기술 내재화와 유기적인 협업 구조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차량 운영과 관제 전략에 대해서도 실증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수천 대 규모의 플릿을 실제 도로에서 운영해야만 의미 있는 예외상황(엣지케이스)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며 “공공 중심의 관제센터 구축만으로는 부족하며, 실도로 기반의 실증 운영을 통해 AI 학습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E2E(End-to-End) AI 아키텍처에 대해서는 “고성능 연산 자원, 대용량 학습 데이터, 안전성 검증 등에서 아직 많은 현실적 제약이 있다”며 “지금은 자체 개발보다는 선도 기업의 기술을 배우고 흡수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현대차가 과거 미쓰비시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엔진과 미션을 빠르게 내재화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결국 기술 자립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시장에 진입하느냐, 즉 타임 투 마켓”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