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은 국내외 여러 현안으로 인해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태양광, 전기차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허용한 지금, 반도체 산업만큼은 다시 ‘초격차’를 실현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일본은 첨단 반도체 제조 산업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TSMC의 구마모토 공장에 도로, 철도 등 인프라를 포함한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반도체 강국 재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 역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반도체 제조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2030년까지 예상되는 약 15만 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정부 주도 R&D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술력 측면에서 선진국과 일부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관된 전략과 장기적인 비전 수립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국가 주도 R&D 사업의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D램과 낸드(NAND)의 고도화 및 기존 메모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메모리 소자 개발과 옹스트롬(Å)급 반도체 기술의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R&D 사업뿐만 아니라 아이멕(IMEC·유럽), NY 크리에이츠(NY Creates·미국), 대만반도체연구센터(TSRI·대만)와 같은 글로벌 수준의 연구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민관 공동 인프라 조성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이는 AI 반도체 기술에서도 핵심 요소로 대규모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고성능, 저전력, 소형화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자, 설계, 공정 기술과 패키징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며 AI 연산에 특화한 저전력 신경망 처리장치(NPU) 개발 또한 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대한민국이 AI 시대에도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 연구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반도체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반도체 R&D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금은 향후 10년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전환점으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새로운 반도체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