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검찰에서는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25.10.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받았던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확보에 시세 조종을 목적으로 한 '인위적 조작'이 없었다는 판단이 이번 판결의 향방을 갈랐다.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과 달리 당시 카카오의 SM엔터 경영권 인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거나, 카카오 투자 테이블에서 공개매수 저지 논의와 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김 창업자가 2023년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보고 8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法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 높았다…시세조종 목적 없어"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 비춰봤을 때 검찰 주장대로 카카오의 시세조종 목적을 입증할 동기나 배경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봤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마지막 날인 2023년 2월 28일 SM엔터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지 않았고,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이 높게 예상돼 저지할 필요성이 애초 크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다수 시장 참여자가 (SM엔터) 주가 상승을 전망했고 실제로 주가는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개매수 말일에 하락이 예상됐다고 볼 수 없다"며 "실제로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상승해 같은 해 3월 16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SM엔터 주가가 12만 원을 웃돌던 상황에서도 매도하지 않았던 주식 보유자들이 2월 28일 갑자기 공개매수에 임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굳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자 1200억 원이란 거액 투입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검찰 증거는 신빙성 부족…"이준호 압박으로 허위진술"
검찰이 증거로 제시했던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증언은 일관성과 신빙성이 낮다는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진술을 끌어내기 위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방식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별건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했다"며 "동건과 관계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압박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김 창업자와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엔터 주식 매수 역시 카카오와 무관한 투자 목적이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아시아파트너스는 하이브 공개매수 선언 이전부터 SM엔터 주식을 매수했던 것처럼 2월 16일과 17일에도 투자 목적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2월 2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입장 발표에 따라 주가 상승이 예상돼 SM엔터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는 주장을 배척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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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법 리스크 해소…김범수 "그늘 벗어날 계기"
이번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게 된 카카오는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등 올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며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선고 후 법정을 나온 김 창업자는 "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란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 창업자뿐 아니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 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법인△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강호중 카카오 CA협의체 재무총괄 소속 리더 △김태영 전 원아시아파트너스 부대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특정경제범죄법(횡령·배임) 혐의의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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