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25.10.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가 'SM 시세조종'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카카오 법인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이번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다.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부는 "매수 비율과 간격, 물량 주문 등 모두 살펴봐도 매매 양태가 시세 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SM 주식 매매가 시세 조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셈이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5.10.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심 무죄 선고에…김범수 "카카오, 그늘에서 벗어나는 계기"
무죄 판결은 카카오 입장에서 의미가 크다. 먼저 이번 사안으로 인해 카카오라는 그룹에 덧씌워진 '부도덕'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창업자도 판결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카카오 측도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하였음이 확인된 것이라 이해한다"며 재판부 결정을 환영했다.
카카오 내에서 여전히 위상이 큰 김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 해소 역시 호재다. 김 창업자는 현재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고 있으나, 카카오 내부에서의 절대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는 여전히 카카오 내에서는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라며 "김 창업자의 경영 복귀를 기대하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략적 제휴 체결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혁신·투자 주춤했던 카카오…AI 전환 앞두고 사법 리스크 해소
그간 카카오는 지난 2년 8개월째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로 제대로 된 혁신이나 투자 등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그룹의 핵심 플랫폼인 카카오톡에서 단행한 '친구탭 업데이트'가 전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카카오 측은 연내 친구탭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정확한 시점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의 미래에 영향이 갈만한 큰 결정은 창업자의 의지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다"며 "경쟁사인 네이버 역시 이해진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 복귀 이후 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느냐"고 분석했다.
이번 무죄를 계기로 향후 예정된 카카오톡의 챗GPT 탑재, 자체 AI 카나나 결합 등 카카오 그룹 전반의 AI 전환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김 창업자의 경영 일선 복귀는 당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김 창업자는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암이 발병해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CA협의체 공동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7월에도 재수술을 받는 등 여전히 치료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2024.8.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카카오 법인도 '무죄'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해소 전망
이날 김 창업자뿐 아니라 카카오 법인도 무죄를 선고받으며 카카오뱅크(323410)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산업자본인 카카오는 금융사인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초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자본시장법 등 금융관련법령에 따라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는 지난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6%를 보유 중이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