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1심 무죄…'3년 사법 족쇄' 벗은 카카오, AI 전환 시동”(종합)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0월 21일, 오후 07:05

[이데일리 윤정훈·정윤지 기자]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카카오는 3년 가까이 지속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이로써 인공지능(AI)을 핵심 동력으로 한 재도약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의 매수 목적은 경영권 확보 경쟁 대비였으며, 시세조종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창업자 개입 여부 역시 검찰이 제출한 특정 임원의 단독 진술 외에 증거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핵심 쟁점 4가지 전부 카카오 손 들어준 법원

쟁점은 △하이브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의 장내매수가 시세조종 의도를 가졌는지 △해당 매수 패턴이 전형적인 조작 형태와 유사한지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가 있었는지 △김범수 창업자가 개입했는지 등 네 가지였다.

검찰은 카카오가 SM엔터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고가매수’와 ‘종가관여’ 방식으로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해당 주문 흐름이 시세조종 패턴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카카오 직원의 ‘12만5000원’ 메모 역시 복수 증언을 통해 “그 가격 이상으로는 매수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으로 해석되어 시세조종 지시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공모 여부도 이를 뒷받침할 추가 통화나 계약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부정됐으며, 김범수 창업자 개입 주장 역시 별건 수사 압박을 받던 전직 임원의 진술 외에 구체적 증거가 없어 인정되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카카오 정조준’ 수사…이복현 금감원장 직접 등판

해당 수사는 하이브의 금융감독원 진정 이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개됐다. 금융감독원은 접수 다음 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고,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위법 수단이 확인되면 최대 권한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후 사건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특사경으로 이첩됐으며, 약 한 달 만에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

카카오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6개월 동안 검찰·경찰·국세청·공정위·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으로부터 30여 건의 수사 및 조사를 받았고, 임직원 수백 명이 소환됐다. 특히 2023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모빌리티를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지적한 직후, 관련 계열사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수사가 잇따랐다. 이번 무죄 판결은 윤석열 정부 당시 기업인에 대한 ‘정치적 타깃 수사’ 논란에도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가 ‘위법한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 법적으로 확인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3년 가까이 회사를 따라다녔던 무거운 오해와 부담이 조금은 걷힌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부의 차가운 평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회사를 지켜온 모든 크루(직원)들에게 감사한다”며 “남아 있는 어려움과 앞으로의 도전도 함께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챗GPT 카톡에 탑재...AI 신사업 본격 속도

카카오는 지난 3년간 전 정부의 전방위적인 조사와 수사에 대응하느라 미래 투자와 AI 전환 전략이 지연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기간 김범수 위원장은 방광암 진단을 받고 8차례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으면서 재판을 병행해야 했고,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A협의체에서도 물러나는 등 기업과 창업자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카카오가 주춤한 사이 경쟁사들은 AI 기반 신사업을 앞다퉈 추진했다. 무죄 판결 이후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해 연내 80여 개로 축소하고, 그룹 체질을 ‘선택과 집중’형 구조로 재편하며 AI 중심 경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핵심 전략은 카카오톡을 ‘AI 기반 소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회사는 이달 GPT-5 기반 챗GPT를 카카오톡에 적용하는데 이어, 자체 AI ‘카나나’를 활용해 서비스를 ‘일상형 AI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논란이 되었던 친구탭 개편도 4분기 내 개선해 이용자 신뢰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신아·신원근·윤호영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은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를 통해 금융 신사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법리스크 해소로 신사업 투자와 사업 구조 재편이 본격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시장 신뢰를 다시 확보하고 ‘혁신 플랫폼 기업’으로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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