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전 KT 사장과 윤경림 전 KT 사장 후보는 “정상적인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부 압력으로 인해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증언하며, 대통령실·국민연금·정치권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왼쪽부터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윤경림 전 KT 사장(최종후보)
최민희 위원장의 질의에 구현모 전 대표는 “2022년 연임을 추진할 당시 기존 정관에 따라 절차를 밟아 이사회 단독 후보로 두 차례 선정됐다”며 “그러나 이후 대통령실이 불쾌해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의 반대 과정도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연금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이 취임 하루 만에 ‘셀프 연임’ 반대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며 “법무실에서는 직권남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부임 직후 나온 입장인 만큼 단독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이 지인을 통해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도 증언했다.
다만, 최민희 위원장이 “건진 법사를 통해야 일이 성사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느냐”고 묻자, 구 전 대표는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구현모 대표는 매출 25조 원 돌파, 주가 55% 상승이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두 차례 단독 후보로 뽑힌 뒤 낙마했다”며 “일 잘하는 사람을 내보낸 것은 용산 압박 때문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향해 “취임 하루 만에 반대 보도자료를 낸 이유가 무엇이냐”고 수차례 추궁했으나, 서 본부장은 “기자 질문에 원론적으로 답한 것”이라며 구체적 이유 제시는 피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역시 “지배구조 문제에 따른 판단이었다”고 해명하며 대통령실의 관여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구 전 대표 퇴진 이후 차기 CEO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가 자진 사퇴한 윤경림 전 KT 사장 후보도 외압 의혹을 증언했다.
윤 전 후보는 “이권 카르텔 잔재도, 구현모 아바타도 아니었음에도 최종 후보로 선정되자마자 이름도 모르는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졌고, 다음 날 서울중앙지검이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경로를 통해 ‘용산 분위기가 안 좋으니 빨리 물러나라’는 압박이 전달됐다”며 “매우 억울했으며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고 느꼈다”고 증언했다.

출처=최민희 과방위원장실
최민희 위원장은 “구현모·윤경림 두 사람이 물러난 뒤 KT 내부에 검사 출신 임원이 대거 영입됐다”며 “사태 대응에서도 공익성보다 권력 편향성이 보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추희정 현 KT 감사실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검찰연구관 출신임을 지적하며 “이용복 부사장, 김후곤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허태원 실장, 양진호 그룹장 등 검사 출신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KT가 검사 도래지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외압 논란 재조사 가능성
이날 두 전직 CEO의 증언으로 인해 KT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및 국민연금의 개입 여부가 다시 정치권 및 사법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