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18일(현지시간) 89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메타가 과거 독점력을 가졌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FTC는 메타가 현재도 우월적 시장 지위를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며 “FTC는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틱톡이 오늘날 메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며 시장 경쟁이 이미 구조적으로 재편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어떤 시장을 기준으로 독점 여부를 판단할지(시장 획정)’였다. 반독점 사건에서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한 기업의 시장지배력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FTC는 시장을 ‘친구·가족 중심의 개인형 소셜네트워크’로 좁게 설정해 메타의 독점력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점유율은 사실상 독점 수준에 올라간다.
FTC는 인스타그램(2012년)과 왓츠앱(2014년) 인수가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한 ‘킬러 인수’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친구·가족 연결 중심의 개인형 SNS로 규정하며 틱톡·유튜브 등과는 다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6주간의 재판 과정에서 FTC는 “소비자가 해당 앱을 어떻게 다르게 사용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법원은 숏폼 영상 기반의 틱톡, 유튜브, 스냅 등 여러 플랫폼이 사용자 시간·관심·광고비를 두고 모두 경쟁하고 있다며 이런 좁은 시장 정의가 현실의 경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최근 몇 년간 틱톡식 알고리즘 추천 모델로 전환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 간 경계 또한 흐려졌다는 설명이다. 보즈버그 판사는 “페이스북에서 친구 게시물을 보는 시간은 전체 사용 시간의 17%에 불과하다”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친구 기반 SNS’가 아님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FTC의 시장 획정이 무너지면서, 그 시장 정의를 기반으로 한 독점력·경쟁 저해·소비자 피해 논거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FTC는 법원에 인스타그램·왓츠앱의 강제 매각을 요구했지만 보즈버그 판사는 “과거 허가된 인수를 뒤집기 위해 필요한 지속적 독점력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FTC는 아울러 가격 인상 기능이 없는 무료 플랫폼 특성상, 메타가 데이터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광고 노출을 확대해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메타의 광고는 대체로 유용하며 사용자가 원하면 쉽게 넘길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논리 역시 잘못된 시장 정의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됐다.
◇소송의 기나긴 역사…트럼프→바이든→트럼프 복귀까지 이어진 공방
이번 소송은 2020년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첫 소송이 2021년 보즈버그 판사에 의해 기각된 뒤, 바이든 행정부가 내용을 대폭 보완해 다시 제기한 사건이다. 올해 4월 본격 재판이 열렸고, 최종 결론은 다시 메타의 손을 들어줬다.
WSJ 보도에 따르면 FTC는 재판 전 합의금으로 300억달러를 요구했으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4억5000만달러로 타협을 시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한 후 임명된 앤드루 퍼거슨 FTC 위원장은 소송을 강행했고, 결국 패소했다.
소송 결과 발표 직후 메타는 “이번 판결은 메타가 급변하는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환영했다. FTC는 “깊은 실망”을 표하며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구글·아마존·애플 등 다른 빅테크 반독점 소송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기술 시장의 변화 속도가 규제·소송보다 훨씬 빠르다는 구조적 한계가 또 드러났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구글 검색 독점 소송에서도 법원은 구글의 반경쟁적 계약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AI 챗봇이 이미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강력한 시정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