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인애이블퓨전 대표(전 국가핵융합연구소장)는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과학기술 강국 도약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방안’을 인상 깊게 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는 국가과학자 제도 신설, 이공계 장학금 확대, 행정부담 완화, 도전적 연구를 장려하는 환경 조성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에서 연구자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며 실패를 인정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연구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부분은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경수 인애이블퓨전 대표.(사진=인애이블퓨전)
이경수 대표는 “핵융합 연구를 장려한 DJ 이후 지난 30년만에 대통령이 과학을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다”며 “단순히 원고를 읽는 연설이 아니라, 과학의 개념을 스스로 이해하고 자기 언어로 풀어냈고, 바쁜 일정 중에도 자리를 지키며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던 부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정책 발표를 놓고 일각에서는 국가과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활동지원금(1억원)이 적고, 해외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대책 등 세심한 접근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일부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지난해 연구개발(R&D) 삭감 이후 황폐화된 연구 현장을 감안하면 큰 진전”이라며 “(삭감 당시에는)조용하게 있다가 이제 와서 많은 부분을 요구하기 보다 정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의견을 내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가과학자를 위한 상이나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도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 정부의 포상도 거절한 경험이 있다. 이미 자리를 잡은 본인 보다 함께 애쓴 후배들에게 공을 돌리고, 이들을 키워내는게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미 자리 잡은 과학자들이 계속 상을 독차지하고, 더 많은 상금을 요구하기 보다 젊고 가능성이 있는 연구자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한다”며 “10억원을 한 사람에게 주는 것 보다 10명의 젊은 유망한 과학자에게 1억원씩 나눠 주는 게 훨씬 값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책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작동하도록 과학계도 시스템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 대표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하지만 중요한 건 시스템으로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로 바꾸는 것”이라며 “미국 MIT에 있을 때 교수들은 학생이 틀려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기뻐했는데 그게 과학이 자라는 문화”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조성과 과제 전환을 언급한 만큼 국내에서도 실험과 실패의 반복 속에 과학의 발전을 이뤄내고, 그 근간에 실패를 존중하는 문화기 조성되길 기대했다.
이 대표는 “결국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문화가 이어줄 때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가 더 깊고 단단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정책이 실질적으로 자리잡도록 현장 의견을 담아내 후속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