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다시 인기 직업이 될까?" 정부, 이공계 키우는 큰 계획 발표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전 05: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의대 쏠림’ 현상,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우수 인재 해외 유출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인재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R&D 예산 축소로 연구 과제가 중단되고, 연구비 집행 과정에서의 비정상적 절차 논란으로 현장이 큰 상처를 입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학생들이 이공계 진로를 다시 꿈꾸고, 연구자들이 보다 자유롭고 과감한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서 과학기술 강국 도약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현장을 찾아 연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발표에 대해 세부 내용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으나,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비롯한 여러 과학기술 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내며 정부의 R&D 생태계 재도약 의지에 지지를 보냈다. 전반적인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며, 실제 실행 단계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연구비 체계 개선·장학금 확대 등 종합 대책 마련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구비 직접비의 네거티브 방식 전환이다. 연구자가 필요한 곳에 연구비를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규제 중심 구조를 자율·책임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부처·전문기관별로 제각각 요구하던 과도한 행정 서식도 필수 서식 중심으로 최소화하고, 추가 자료 요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교육 저변도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넓힌다. 초·중등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생·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을 높이며, 2030년까지 해외 연구자 2000명 유치를 목표로 비자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가장 시급한 사안인 일자리 문제도 단계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신진연구자 채용을 연 600명 내외로 확대하고, 기술창업을 촉진해 민간 영역의 일자리를 늘려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의사처럼 명확한 진로나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고려해 장학·펠로우십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앞으로 5년간 매년 20명씩 총 100명의 ‘국가과학자’를 선정해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에 머물 이유가 있는 연구환경 조성 필요

연구 현장에서는 비자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무엇보다 “한국에 머물 이유가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해외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국내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머물고 싶어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직무대행(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은 “연구자들은 입국 편의성보다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단기적인 숫자 확대도 필요하지만, 장기 연구비(최소 5년), 연구 자율성 보장, 소득세 감면, 창업 시 지분 참여 등 실질적인 혜택이 함께 마련돼야 해외 인재 유치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비 관리체계를 규제 중심에서 자율·책임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의 의미도 강조됐다. 김 대행은 “직접비 10% 자율 사용과 간접비 네거티브 규제 도입은 연구자가 필요한 시점에 자원을 신속하게 투입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과도한 증빙·사전 승인 절차가 완화되는 점도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제시했다. “사후평가는 절차 중심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기관별 회계 규정 차이에서 발생하는 해석 혼선을 줄이기 위한 표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며 “초기에는 연구자 애로사항을 빠르게 수렴·조정하는 상시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고, 자율성 확대가 실제 연구 몰입과 도전적 연구로 이어지도록 행정·회계 지원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방안을 바탕으로 △해외 인재 유치 대상 및 사업 개편 확대 △브레인풀 예산 확대(2025년 738억 → 2026년 2007억원) △채용·인건비 특례 및 탑티어 비자 등 연구자 맞춤형 지원을 포함한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을 오는 24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전략안에는 젊은 과학자 트랙 신설도 포함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젊은 과학자 트랙과 해외 인재 유치 전략을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에 포함해 발표할 것”이라며 “전략이 확정되는 즉시 신속하게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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