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형 두나무 의장 (두나무 제공) © 뉴스1
네이버(035420)와 두나무(389930)의 합병 절차에 속도가 붙으면서 혈맹에 가까운 양사의 물리적 결합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최종적으로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이끄는 '제2의 네이버'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간편결제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안건 상정으로 네이버가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합병은 사실상 확정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네이버에 우호적인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3주 수준이 유력하지만 정확한 비율은 이사회 직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를 약 5조 원, 두나무를 약 15조 원으로 평가한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지분 약 70%를, 두나무는 송 회장이 약 25%를 보유하고 있다.
1대 3 비율로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 송 회장(약 19%)을 포함한 두나무 경영진이 합병 법인 지분 약 28%를 확보하고, 송 회장은 최대주주에 오른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네이버는 17% 수준으로 지분율이 희석돼 2대 주주가 된다.
최대주주에 등극한 송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송 회장을 필두로 네이버 그룹의 지배구조와 사업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합병 법인의 2대 주주인 네이버와 우군으로 분류되는 미래에셋금융그룹 지분(약 7%)을 고려하면 네이버 주도 경영을 유지할 여력도 있다. 최대주주인 송 회장의 지분율이 압도적이지 않은 데다, 네이버가 사업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병 법인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럴 경우 네이버는 송 회장이 보유한 합병 법인의 지분을 네이버 주식과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는 네이버가 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 법인을 네이버가 자회사로 가져오지 못하면 사실상 합병하는 의미가 없다"며 "합병 후에도 네이버는 그룹 사업 실적과 만일의 사태를 고려해 경영권을 확보할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네이버 분당 사옥© 뉴스1
네이버파이낸셜을 발판 삼아 네이버에 합류한 송 회장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결과적으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 합병 후 송 회장이 네이버를 이끄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룹 지배구조는 이 의장과 송 회장 투톱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상의 배경으로는 금융 빅테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네이버의 전략이 꼽힌다. 신사업으로 떠오르는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질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연합이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발행하면 네이버페이라는 큰 결제 사용처가 생긴다. 네이버가 기존에 제공하던 검색·쇼핑 서비스에 이어 가상자산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네이버페이는 최근 두나무 자회사였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지분 70%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확보했다. 주식부터 가상자산으로 이어지는 대형 금융 플랫폼이 탄생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 역량과 자금력을 갖췄지만 가상자산 사업자 지위 때문에 여러 규제에 가로막혔던 두나무 입장에서도 제도권 안에 있는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 신사업 진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 의장이 네이버를 경영권 세습이 아닌 강력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이끌었다는 점도 송 회장 중심의 네이버 리더십 전환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다만 이사회 결의 후에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합병이 성사된다.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be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