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덕 에퀴닉스 한국 대표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SL4’ 데이터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에퀴닉스는 1998년 설립된 기업으로 현재 전 세계 77개 주요 도시에 27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전력 수급 문제 해결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데이터센터의 지방 건립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상호연결 플랫폼인 에퀴닉스는 여전히 ‘수도권 사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에퀴닉스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장혜덕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 향동동 에퀴닉스 SL4 데이터센터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현재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포화 상태인 수도권을 벗어나 전남 해남과 전북, 강원 등 지방으로 데이터센터를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 지방은 △수도권 대비 월등히 저렴한 부지 가격 △상대적으로 적은 주민 민원 △발전소와 인접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의 확실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한국은 국토가 좁지만, 에퀴닉스는 서울에서 충청권 정도까지를 하나의 ‘리전(Region)’ 한계선으로 본다”며 선을 그었다. 그보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물리적 거리로 인해 통신 지연(Latency)과 백홀(Backhaul) 비용 문제가 발생해, 사실상 서울과는 다른 ‘별도 리전’이 된다는 것이다. 리전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 지역에 설치한 데이터센터 집합체로, 지역 내 고객에게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물리적 거점이다.
Equinix SL4 외관(사진=에퀴닉스)
반면 에퀴닉스는 기업들이 모여 데이터를 주고받는 ‘상호연결’과 실시간 AI 추론이 핵심이다. 에퀴닉스는 국내 5개 주요 인터넷공급업체(ISP)인 KT(030200), SKB, LG(003550)U+,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및 글로벌 주요 통신사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 고객이 원하는 회선을 선택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장 대표는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답을 하려면 10ms(0.01초) 미만의 응답 속도가 필수”라며 “사용자가 몰려 있는 수도권과 너무 멀어지면 이 속도를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땅값이 비싸고 민원 해결이 어렵더라도, 고객과 사용자가 있는 수도권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에퀴닉스는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커머스 분야 등의 다양한 리테일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 고객의 비중은 5대 5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 위치 지도(사진=에퀴닉스)
에퀴닉스는 서울은 이미 전력 공급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외곽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장 대표는 “노후화된 산업공단 단지들은 과거 공장 가동을 위해 확보해 둔 전력 여유분이 있다”며 “인천, 안산 공단 등 재개발을 시도하는 곳들이 전력 수급에 용이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했다. 에퀴닉스는 글로벌 전 사업장에서 97%의 재생에너지 커버리지를 달성했으며, 국내에서도 이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장 대표는 “현재 한국 정부 및 에너지 공급사들과 전력구매계약(PPA) 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PPA 계약을 완료한 만큼, 한국에서도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PPA를 통해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L4 데이터홀 전경.(사진=에퀴닉스)
이날 에퀴닉스가 공개한 SL4는 화재나 지진 등 비상상황에도 전력이 끊기지 않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글로벌 수준의 전력·냉각·연결성 구조를 자랑한다.
운영 총괄인 이종래 센터장은 “건물의 안전을 넘어 서비스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재해 발생 시 특정 센터 하나가 셧다운되더라도 다른 센터로 즉시 트래픽을 돌릴 수 있는 ‘멀티 사이트’ 전략이 진정한 재해복구(DR)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