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이제 은퇴 이후까지 책임질 때”… 이승용 젠지 상무의 제언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1월 23일, 오후 03:24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e스포츠 산업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이제는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사회화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승용 젠지e스포츠 글로벌 전략·신사업 총괄 상무는 21일 서울 강남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승용 젠지e스포츠 구단 상무
젠지(Gen.G) e스포츠 구단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LCK 리그에서 4연속 우승 등 굵직한 기록을 가진 명문 구단이다. LoL 뿐만 아니라 배틀그라운드·발로란트 등 다양한 게임에서 글로벌 프로팀을 운영 중이다.

이 상무는 젠지 구단에서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마케팅 전문가로, 스포츠와 이스포츠 산업을 모두 경험했다. 블리자드를 거쳐 젠지까지 12년가량 e스포츠 업계에 몸담은 경험을 담은 첫 소설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실패한 e스포츠 선수가 다시 일어서는 ‘재기의 서사’

소설은 한때 세계 최정상 프로게이머였던 주인공 ‘하이건’이 실패와 좌절을 겪은 뒤 새로운 e스포츠 팀을 창단하는 이야기다. 소설의 제목 ‘펜타킬’은 LoL 게임에서 상대팀 5명 전원을 모조리 쓰러뜨리는 매우 드물고 특별한 순간을 뜻한다.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은 그런 특별한 순간을 다시 맞이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재기의 서사’가 담겨있다.

그는 “‘펜타킬’은 게임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이고, ‘어게인’은 두 번째 기회라는 뜻”이라며 “영광과 실패 사이에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면서 “리그가 사라지고 팀이 해체되면서 하루 아침에 갈 곳을 잃는 선수들, 어릴 때부터 게임에 모든 걸 바쳤지만, 꽃도 못 피우고 사라진 선수들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e스포츠 산업에서는 일부 스타 선수가 화려한 주목을 받지만, 선수가 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연습생으로 게임 생활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코치나 스트리머도 되기도 하지만, 이들의 사회화를 도울 체계가 부재하다.

이 상무는 “체육계에는 대한체육회 중심의 은퇴 지원 시스템이 있지만, e스포츠는 그런 제도적 기반이 거의 없다”며 “정부 차원이나 게임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사에서 그런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스포츠 산업 , 성장과 동시에 다변화

용 젠지e스포츠 구단 상무가 21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상무는 나날이 성장하는 e스포츠 산업의 위상과 변화 속도를 체감 중이다. 인식은 물론 산업 지형도 진화하고 있다. 그는 “5년 전만해도 스폰서십 광고가 로고 노출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스폰서와 함께 인형같은 MD부터 향수·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과거보다 오프라인 이벤트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산업 규모는 점점 커질 전망이다. 딜로이트 인사이트가 올해 3월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81억 달러에서 2034년 약 48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무는 산업 규모는 커지지만, 게임의 인기는 파편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게임의 수명이 있는 건 받아들여야하는 것 같다”면서 “동남아는 ‘MLBB’, 유럽은 ‘카운터 오브 스트라이크’ 등 나라마다 인기 게임이 다른데, 앞으로 이 경향이 심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롤처럼 세계적으로 대통합하는 e스포츠가 나오기는 더 이상 쉽지 않은 것같다”며 “분산 투자를 해야하고, 젠지 팀 역시 여러 게임의 팀을 두고 있다”고 했다.

e스포츠 산업에서 일하길 꿈꾼다면…“팬심+α”

이 상무는 e스포츠 업계에 진입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팬심만으로는 부족하고, 팬심에 ‘알파(α)’가 더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이들 대부분이 ‘젠지의 광팬’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열렬한 팬인지 여부보다 직무와 맞닿은 경험과 역량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게임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다면 업계 일을 해내기 어렵다”며 “기본적인 게임 이해도와 커뮤니티를 읽는 감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펜타킬’은 이미 두 번째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첫 책 결말로부터 2년 후, 하이건과 팀이 세계 리그로 향하는 여정을 다룬 내용이다.

이 상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점이 게임과 e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12월 3일 열리는 북토크를 계기로, e스포츠를 잘 몰랐던 분들도 흥미를 느끼고, 특히 젠지 팬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