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읽는 인터넷의 시대...XR이 여는 ‘체험형 인터넷’의 도약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1월 23일, 오후 04:0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인터넷은 오랫동안 웹페이지와 앱 화면 속에서 텍스트·이미지·영상을 소비하는 2차원 기반 플랫폼으로 작동해왔습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과 모니터라는 정해진 창을 통해서만 정보를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확장현실(XR)기술의 확산은 인터넷이 평면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XR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을 포괄하며 현실 위에 정보를 겹치거나 독립된 가상 세계를 구성해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지난 10월 서울 코엑스몰에서 ‘네이버 지도 AR 길안내’를 실행했을 때 이러한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친 실제 공간 위로 3D 화살표와 유도선이 자연스럽게 중첩되며 길을 안내합니다. 실내에서도 공간 스캔 기술이 경로를 매끄럽게 제시해 사용자가 지도를 ‘읽는’ 대신 공간 속에서 정보를 ‘체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서울 코엑스몰 내에서 네이버지도 ‘AR 길안내’를 실행해보니 카메라로 주변을 스캔해 목적지까지 이동 방향이 현실 공간 위에 표시돼 길 안내를 해준다. (사진=이소현 이데일리 기자)
XR 기반 공간형 인터넷에서는 화면보다 현실 공간 전체가 인터페이스가 됩니다. 손과 눈, 머리의 움직임이 그대로 입력이 되고, 시각 인식·공간 센싱 기술이 결합되며 가상의 물체를 직접 조작하거나 현실에 덧씌워진 정보를 활용해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도·교육·쇼핑·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습니다. 가상 전투 장면이 교실에서 재현되고, 의료 분야에서는 XR 기반 시뮬레이션이 환자의 불안을 줄이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XR 기기의 무게와 가격, 해상도 문제 등 현실적 한계도 남아 있습니다. 몰입에 따른 윤리적 이슈와 청소년 사용 문제, 민감 정보 보호 문제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XR은 ‘보는 인터넷’에서 ‘체험하는 인터넷’으로의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정보는 URL 대신 현실 공간 위에 경험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인터넷은 점차 행동을 유도하는 공간형 가이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갤럭시 XR’ 출시 행사에서 그룹 관계자가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갤럭시 XR은 삼성전자, 구글과 퀄컴이 함께 만든 첫 고성능 XR 기기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눈동자와 손, 목소리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XR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단일 기술이나 계층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콘텐츠 제작 엔진→OS·SDK→런타임·표준→서비스·콘텐츠라는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우선 콘텐츠 제작 엔진은 XR 경험이 설계되고 구현되는 출발점입니다.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이 주력 제작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Godot은 오픈소스 기반의 경량 엔진으로 인디 개발자들이 주로 사용합니다. 로블록스는 제작 엔진이자 사용자 생성 콘텐츠 기반 소셜 플랫폼으로 확정돼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OS(운영체제)·SDK(소프트웨어개발툴킷)영역에선 Android XR, visionOS, Horizon OS, Snapdragon Spaces 등이 공간 인식과 상호작용 기능을 개발자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런타임과 표준 층에서는 WebXR과 OpenXR이 기기 종속성을 줄이고 호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단계에서는 공연·전시·교육·도시 시각화·커머스·소셜 XR 등이 실제 가치를 만드는 영역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XR 시장의 경쟁력이 어떤 층위에서 형성되고, 혁신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파악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모델들이 삼성전자 ‘갤럭시 XR’을 착용하고 체험해 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국내 XR 시장도 삼성전자의 XR 헤드셋인 ‘갤럭시 XR’ 출시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삼성은 어도비, 네이버, MLB TV와 협력해 XR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노태문 사장은 오리지널 XR 콘텐츠 생태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VR게임과 혼합현실 콘텐츠를 글로벌 스토어에 출시하며 활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치지직 XR’을 통해 실시간 방송과 K-팝 공연, 버추얼 스트리머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며, 비전스테이지와 모션스테이지 기반의 실감형 제작 생태계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스코넥은 삼성글로벌리서치와 함께 AI 기반 교육 XR 앱을 개발하고 있으며, 스토익은 AI 아바타 교육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SOOP은 버추얼 스트리머 제작을 지원하며 자체 XR 콘텐츠를 강화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갤럭시 XR이 국내 버추얼 스트리머 생태계 확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콘텐츠 제작비 지원과 XR 전용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네이버 1784 사옥에 있는 모션 스테이지 기술 시연 사진.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AR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이후 XR 플랫폼 전략을 본격화했습니다. 네이버랩스의 ALIKE 기술은 도시 단위 3D 데이터를 자동 생성해 지도·부동산 VR·VFX 품질을 높였으며 사우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까지 이어졌습니다. 네이버는 XR 기반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며 K-팝·라이브·버추얼 콘텐츠를 XR 네이티브 포맷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1784 사옥에 구축된 비전 스테이지와 모션 스테이지는 고품질 실감형 영상과 아바타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치지직 스트리머 수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현재 네이버 XR 플랫폼은 제페토, 치지직 XR, 디지털 트윈 등 세 축으로 진화중입니다. 네이버랩스는 실내 AR 내비게이션을 상용화하며 강남역·공항 등으로 확장 중이며, 거리뷰의 3차원화를 통해 새로운 광고 생태계도 열었습니다. 네이버는 XR·AI·결제를 통합한 차세대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며 인터넷 경험의 공간화를 가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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