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생존 갈림길 선 알뜰폰…전파사용료·도매대가 딜레마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전 10:36

[이데일리 권하영 기자]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맞은 알뜰폰 업계가 기로에 섰다. 올해부터 정부의 전파사용료 면제 정책과 통신사에 지불하는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사라지며,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업계는 이로 인해 알뜰폰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부실 알뜰폰 대신 자생력을 갖춘 업체가 살아남는 계기가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인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KMVNO)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인근 기자간담회에서 “알뜰폰은 대국민 통신비를 매년 2조2800억 원씩 절감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에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알뜰폰 업체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알뜰폰 업계에 녹록지 않은 해가 되고 있다. 그동안 중소 알뜰폰 업체는 면제됐던 전파사용료가 올해부터 20%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고, 내년에는 50%, 2027년에는 100%를 납부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당면과제다.

업계는 전파사용료가 중복 부과라고 보고 있다. 알뜰폰이 통신사에 지불하는 도매제공대가에, 통신사가 선납한 전파사용료가 이미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사 대비 전파 사용량이 적은 알뜰폰에 단순히 가입자 회선 기준으로 전파사용료를 일괄 적용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전파사용료 100% 부담 시 작년 기준 연 1.5% 수준이던 알뜰폰 사업의 적자는 연 3.9%로 확대될 것”이라 밝혔다.

알뜰폰 요금 산정에 직결되는 도매대가 인하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올해부터 도매대가에 관한 사전규제가 사후규제로 바뀌면서, 알뜰폰 업체들은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T와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정부가 협상을 대신하며 어느 정도 인하를 보장했지만, 이제는 알뜰폰 업계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짙다.

황 부회장은 “알뜰폰은 가입자 등 외형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나 경영 환경은 악재에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며 “알뜰폰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알뜰폰의 자체적인 노력에 더해 전파사용료와 도매대가에 관한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비용 부담이 알뜰폰 요금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업체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알뜰폰 시장 구조조정 본격화되나

하지만 상황 반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파사용료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수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세수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현실적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동안 과기정통부가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늘려주는 한시적 대책만 계속해온 이유다.

도매대가 인하 역시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SKT는 자사 망을 쓰는 알뜰폰 업체들로부터 도매대가 관련 의견서를 제출받은 상태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올해가 자율 협상으로 전환되고 첫 도매대가 산정인 만큼 예년 수준에 부합하는 인하가 이뤄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알뜰폰 시장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그동안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도매대가 사전규제에 편승해 부실 알뜰폰 업체가 양산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서다. 개통 절차를 부실하게 관리해온 일부 알뜰폰은 대포폰과 보이스피싱 등 범죄 온상으로 지목되는 실정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이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알뜰폰 업체들도 정부로부터 의무적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에 주요 알뜰폰 업체들은 적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비용을 들여 ISMS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등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 ISMS 인증과 신분증 스캐너 도입, 고객센터 보강 등 투자비는 협회 회원 18개사 기준 2023년 382억 원에서 지난해 425억 원으로 늘었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보안이나 고객 대응 투자를 방치한 일부 업체들 때문에 알뜰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이라며 “수십 곳에 이르는 국내 알뜰폰 업체들 중 검증되지 않은 업체는 정리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