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뒤 추진한 최대 규모의 지분 구조 개편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플랫폼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웹2를 넘어 웹3로 확장하며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진(왼쪽)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사진=각사 제공 사진, AI 이미지 생성)
네이버는 26일 장 마감 후 공시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디지털 자산 기반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주식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22618주(1대 2.54)다. 이는 기본적으로 1대 3의 기업가치 비율을 발행주식 수에 맞춰 조정한 결과다. 교환가액은 두나무 43만9252원, 네이버파이낸셜 17만2780원이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 이어서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된다. 이 비율 적용으로 송치형 의장, 김형년 부회장 등 두나무 경영진은 통합 법인의 최대주주가 된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 모회사가 되는 네이버는 두나무 경영진과의 주주간 계약을 통해 의결권을 확보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연결 종속회사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절차는 이사회 승인 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양사 주주총회는 내년 5월 22일, 주식 교환은 6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시장에서 네이버파이낸셜 5조 원, 두나무 15조 원으로 평가되는 만큼 20조 원 규모의 국내 최대 핀테크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네이버는 “주식 교환 후에도 양사는 각자 사업을 유지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구조 재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두나무 인수는 AI 시대를 맞아 플랫폼 기업으로서 수익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네이버의 혁신 DNA가 반영된 결정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매출 10조 원을 돌파했지만, 핵심인 검색(서치플랫폼) 매출 비중은 AI 재편의 흐름 속에서 2020년 52.8%에서 올해 3분기 35.2%까지 떨어졌다. 커머스 사업 비중이 20%에서 30%까지 커졌지만, 중국 C커머스의 급격한 확장으로 미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네이버는 글로벌 IT 시장에서 구글 등 빅테크에 맞서 26년간 자국 시장을 지켜낸 유일한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된다. 그 과정마다 이해진 의장은 ‘지분율’이나 ‘경영권 유지’보다 ‘성장’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결단을 내려왔다.
2000년대에는 자신의 지분 희석을 감수하며 한게임과 합병해 국내 포털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고, 2020년대에는 라인의 확장을 위해 야후재팬과 통합해 일본 최대 IT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결정은 이후 네이버의 동남아·글로벌 진출 기반이 됐다.
이번 두나무 인수 역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계속 넓혀온 이 의장의 창업자 DNA가 다시 발현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AI·웹3 융합 ‘소버린 AI’ 구축…규제 관문 남아
네이버·두나무 결합의 핵심은 AI와 웹3의 융합을 통한 ‘소버린 AI’ 아키텍처 구축이다. 중앙집중형 구조를 가진 네이버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더해 AI 시대의 핵심 리스크인 데이터 독점을 분산·탈중앙화 구조로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검색→페이→투자’로 이어지는 풀스택 사용자 흐름이 완성되며, 결제·자산관리·투자를 아우르는 새로운 금융 사용자 경험(UX)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핀테크 경쟁의 무대가 단순 결제를 넘어 자산 서비스 전반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합은 네이버의 전문경영인 체제도 더욱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최수연 CEO, 김범준 CCO,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등 ‘팀네이버’ 핵심 리더십에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전체 리더십 축이 한층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 빅딜의 성패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리스크 관리 수준을 얼마나 고도화하느냐,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금융당국의 인허가·준수 의무라는 두 개의 규제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