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도에 발사 성공 쾌거 '누리호 4차'…숨은 주역들

IT/과학

뉴스1,

2025년 11월 27일, 오전 03:05

누리호 4차 발사 사업을 이끈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심야 발사에 대비해 같은 시간에 사전 리허설(드라이런)도 하고, 9월부터는 밤샘 제작도 많았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연구소 젊은 직원들의 고생이 컸습니다" 27일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누리호 발사 성공을 놓고 이같이 전했다. 항우연은 이날 새벽 4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주관기관이다.

이번 누리호 4호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제작을 총괄했단 점에서 이전 발사와 차별점을 갖는다. '민간 주도 우주개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성공 기저에는 3차 발사 후 2년 6개월간 기술을 전수해 주며 회사가 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도운 항우연의 노고가 있다.

한화에어로는 2022년 말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R&D 사업의 체계종합 기업으로 선정됐다. 누리호를 2027년까지 6회 반복발사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4호기부터는 한화에어로가 조립을 총괄하고, 부품 벤더사 납품까지 검수해야 했다. 기존 3호기까지 항우연이 했던 작업이다.

그런데 한화에어로의 관련 인력이 부족했고, 벤더사들도 혼란을 느껴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옆에서 감독하며 도와준 게 항우연 연구진들이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연구소장.(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박종찬 단장을 필두로 하는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이 일선 제작을 보조했고, 발사체 제품보증실에선 누리호의 품질 및 관련 안전사항을 검수했다.

한영민 소장은 "누리호 4호기 제작은 기존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보단 한화에어로에 기술을 넘기는 과정에서 원내 많은 연구진의 동의와 협조를 받아내야 했던 점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한 소장은 올해 7월 항우연과 한화에어로 간 체결된 누리호 기술이전 계약을 예로 들었다. 한화에어로는 240억 원의 기술료를 내고 누리호 설계·제작·발사운영 등의 전 주기 기술의 상용 실시권을 획득했다. 다만 양측이 합의를 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항우연 연구진들은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 한발 물러섰다. 박종찬 단장, 한영민 소장 등의 설득으로 기술이전에 필요한 연구원 300명 이상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다. 덕분에 양측은 큰 갈등 없이 누리호 4호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

박재성 우주항공청 우주수송부문장.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지난해 개청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누리호 반복발사 관리를 이관받은 우주항공청도 이번 발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민간 주도 우주개발이라는 기관 설립 목표와도 맞닿아 있어서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박종찬 단장을 불러 진행 상황을 몸소 점검했다.

관리 실무는 우주청 우주항공임무본부 우주수송부문에서 맡았다. 박재성 우주수송부문장은 올해 7월 누리호 4차 발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발사운영·탑재 위성관리·안전 등 준비를 감독하기도 했다.

현성윤 우주청 한국형발사체프로그램장(과장)은 "발사를 대비한 인근 안전통제 훈련에서 지자체와 군·소방도 적극 협조해 줬다"며 "누리호 발사라는 국가적 행사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청과 항우연을 적극 지지했다"고 말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전무). 2025.11.26/뉴스1(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에선 이준원 우주사업부장(전무)이 3차 발사 이후 2년 반 동안 동분서주했다.

이 전무는 "누리호 3호기 이후 제작의 명맥이 잠시 끊겨 관련 전문 인력들이 회사를 옮긴 상태였다. 장비도 녹슬고 노후화해 제작 재개에 많은 난관이 있었다"며 "한화뿐 아니라 누리호 참여 업체들도 예전 도면을 꺼내 다시 공정을 준비해야 했다. 품질을 준수하기 위해 이전보다 수 배의 노력을 들였다"고 회상했다.

또 국내 발사체 업계의 일감 절벽을 꾸준히 정치권에 전달하며 지원을 촉구했다. 이미 누리호 6호기까지의 부품 물량이 거의 만들어졌고, 차세대 발사체는 2030년대에 생산이 가능해서다. 꾸준한 발사체 일감이 확보돼야 영세 우주업계가 인력·인프라를 지속해서 투자할 수 있다.

한편 우주항공청은 이날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수행된 누리호 4차 발사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발표했다.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고도 600km 태양동기궤도(SSO)에 안착 후 지상과 교신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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