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두나무 ‘AI×웹3 동맹’ 출범…10조 투자로 글로벌 플랫폼 새 판 연다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후 06:47

[경기(성남)=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네이버(NAVER(035420))와 두나무가 인공지능(AI)과 웹3(Web3) 시대의 글로벌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기업융합’에 나서며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네이버의 AI 역량과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 인프라, 두나무의 웹3·블록체인 기술을 더한 ‘K-핀테크’ 모델로 차세대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두나무 AI×웹3 동맹(그래픽=김정훈 기자)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는 27일 경기 성남 네이버 1784 사옥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앞서 3사는 전날 각 이사회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의결해,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하는 기업융합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약 20조원 규모의 ‘초대형 핀테크 플레이어’가 탄생할 전망이다.

AI 에이전트·블록체인 대중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신감

이번 기업융합의 핵심은 AI와 웹3 기술을 결합해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블록체인 대중화 흐름과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전환되는 현 시점은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기술적 모멘텀”이라며 이번 결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융합을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라, AI와 웹3가 맞물린 시대에 글로벌 비즈니스의 새 판을 짜기 위한 담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이나 중국 등 IT 강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상진(왼쪽부터)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사진=네이버)
글로벌 금융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되고 스테이블 코인 등 새로운 결제 인프라가 확산되는 가운데, 3사는 이번 ‘팀코리아’ 기반의 K-핀테크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더 빠르고 멀리 가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역량 결합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 대표는 “현재 단계에서는 정부가 마련할 규제·정책 방향을 면밀히 지켜보며, 그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정책이 구체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생존’ 위한 결단…“지분보다 사업 성장 중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외부 활동이 거의 없었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이번 기업융합이 AI·웹3 결합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새로운 플랫폼 질서 선점을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특히 이번 결정을 “생존을 위한 결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네이버는 한국에선 ‘공룡’이라 불리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규모가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작은 회사”라며 “지난 25년간 항상 생존을 고민해야 했고, 매년이 고비였다”고 말했다.

그는 PC 시대 한게임과의 합병, 모바일 시대 벤처기업 ‘첫눈’ 인수 후 라인(LINE)의 성공 등 네이버가 견뎌온 변곡점을 언급하며 “AI 시대에는 혼자서 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웹3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네이버 혼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웹3 기술 역량이 가장 뛰어난 두나무와 손을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협력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해진(왼쪽)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네이버)
이 의장은 지분보다 기술기반 사업 성공을 우선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이번 빅딜 이후 통합 법인의 지분 구조는 송치형 회장 19.5%, 네이버 17%로, 기존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였던 네이버는 2대 주주가 된다. 그는 이에 대해 “만약 인수합병을 하지 않았다면 네이버는 오히려 위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분보다 사업이 중요하다. 더 재미있는 서비스가 나오고 직원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급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과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유튜브가 글로벌 콘텐츠와 AI 결합으로 기존 방송 질서를 완전히 뒤흔들었듯, 블록체인 기술 역시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네이버와의 결합을 통해 기술력·신뢰도·고객 기반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이밍을 놓치면 선점 효과 때문에 따라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사는 AI·웹3 등 글로벌 기술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도 밝혔다. GPU 인프라 확보와 인재 양성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0조원은 거의 최소한의 규모”라며 “플랫폼 기업으로서 생태계 조성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스타트업 투자 역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심이 컸던 나스닥 상장설과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 합병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최 대표는 “나스닥 상장은 결정된 바 없으며, 앞으로 추진하게 되더라도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쪼개기 상장 논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합병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최수연(왼쪽) 네이버 대표와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네이버)
글로벌 핀테크 시장 공략, ‘팀 코리아’ 저력 입증 목표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 연간 80조원이 넘는 결제 규모를 확보한 네이버파이낸셜, 국내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갖춘 두나무가 역량을 결집한 뒤 내놓은 공동 목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다. 세 기업은 각자의 기술·데이터·인프라가 만들어낼 시너지를 기반으로 K핀테크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해 일상의 다양한 서비스 속으로 깊숙이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해진 의장은 이번 네이버·두나무 융합이 단순히 두 기업의 성공을 위한 결합을 넘어,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첫 사례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AI와 웹3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기획이자 도전에 나서려 한다”며 “블록체인과 AI 시대에는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번 결합이 한국 기술 생태계의 좋은 선례가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두나무, ‘AI×웹3’ 동맹(사진=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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