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 드제거 미네소타대학교 교수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조안 드제거 미네소타대학교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교육 ODA가 나아가야 할 질적 도약의 방향을 제시했다. 드제거 교수는 교육 불평등과 사회정의 기반 교육 정책을 연구해온 글로벌 교육개발 분야 세계적 석학이다.
“일방적 원조는 옛말…현지 지식과 결합한 ‘협력’ 필수”
드제거 교수는 한국의 교육 ODA 역량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ODA를 단순히 다른 나라의 개발을 돕거나 바로잡기 위한 원조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과거 교육의 힘으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빠르게 전환한 강력한 경험이 있지만, 당시의 교육은 주로 국가 발전을 위한 수단에 그쳤던 게 사실”이라며 “교육을 글로벌 공공재(Global Public Goods)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유네스코 세계시민교육(GCED) 차원의 글로벌 연대와 인도주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어 “개발도상국에도 이미 그들만의 지식과 역사가 존재하는 만큼,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지식을 창출하기 위한 공동 창조와 협업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은 국가 개발을 넘어 글로벌 ODA를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과주의의 함정…“숫자 아닌 ‘변화의 과정’ 봐야”
드제거 교수는 최근 교육 ODA가 의료나 디지털 기술 분야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기술적 솔루션은 눈에 보이는 효과가 즉각적인 반면, 교육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적 지원과 그에 따른 정량적 성과에만 치중하는 ‘결과 기반 자금 조달(Results-based financing)’ 방식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20년 전 아프리카 전역에서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했을 당시를 떠올려 보면,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그것이 반드시 지식 습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모든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제공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원조 효과의 손실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말라위의 문해력 향상 프로젝트 사례를 언급하며 “수년간 프로젝트가 잘 진행됐음에도 갑작스러운 폭염과 가뭄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게 되자 정량적 성과가 떨어졌다”며 “겉으로 보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지역 사회가 위기에 대응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결과값보다는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과 시스템의 복원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시대의 ODA, ‘기술’보다 ‘사람’…비판적 사고 길러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ODA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드제거 교수는 “단순히 기술 보급을 위한 ODA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AI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며, 그것이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정보를 대신 찾아주고 결정을 대신 내려줌으로써 인간의 주체성을 빼앗을 위험이 있다”며 “지식 생성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비판적 사고와 인간의 결정권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드제거 교수는 한국이 ‘글로벌 공공재’로서의 교육 가치 확산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교육은 단순히 국가 발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배우고 연대하며 행동할 수 있는 ‘세계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ODA는 기초적인 문해력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집단 행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