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경영자' 이해진이 '천재 개발자' 송치형 점찍은 이유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후 06:04

[경기(성남)=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안녕하세요,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27일 경기 성남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와 두나무의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인사말을 건넸다.

평소 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이 의장이 공개적 자리에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목도가 컸다. 이날 간담회장은 IT는 물론 금융 출입의 약 200명의 기자들이 메울 정도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간담회는 네이버와 두나무 양사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해진(왼쪽)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네이버)
이 의장이 공식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3년 만이다. 이 의장도 “이렇게 많은 기자분들 앞에 선 것은 지난번 라인 상장과 저희 손으로 데이터를 지키기 위한 데이터센터 ‘각(閣)’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8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한 이 의장은 2016년 라인 상장과 2022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각 세종’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이 의장이 직접 등판한 것은 그만큼 네이버와 두나무 간 기업융합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방증이다. 이 의장은 “양사 간의 힘을 합치는 것은 회사의 미래 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 의장 못지않게 대외 활동이 드문 송치형 두나무 회장도 이날 함께 자리해 전날 기업융합 공식화 이후 사업구상을 밝혔다. 송 회장은 “3사가 힘을 합쳐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지급 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 나아가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네이버와 두나무 간의 기업융합을 결정하게 된 뒷얘기도 공개됐다. 이 의장은 송 회장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지만, 개인적 친분으로 협력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두 경영자의 만남은 2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이 의장이 AI·웹3 시대 대응을 위해 송 회장에 기업융합을 제안했고, 송 회장이 고심 끝에 수락해 미래 K-핀테크 사업에 뜻을 함께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의장은 송 회장을 ‘천재 개발자’라고 칭하면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의장은 “대학 과 후배지만 어린 친구라 제대로 만난 지는 2년 정도 됐다”며 “저는 사실 뛰어난 개발자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송 회장은 ‘천재 개발자’ 출신으로 정말 기술적으로 이해가 깊고 굉장한 호기심과 연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게 되면 사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송 회장이 갖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이 네이버와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발전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은 이 의장의 제안에 대해 “너무 큰 결정이라 인생에서 가장 길게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도전을 글로벌에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며 “혼자 할 때보다 같이했을 때 할 수 있는 게 더 많고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장고 끝에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내년 5월로 예정된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된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교환 비율은 주식 수를 고려해 1대2.54로 정해졌다. 기업가치는 1대3.06으로 산출됐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마치면 송 회장이 통합 법인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러한 지분 변화로 네이버의 차기 리더십으로 송 회장이 주목된다는 질문에 이 의장은 “송 회장은 사업적 성과뿐 아니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갖춘 인재라 네이버가 앞으로 신기술을 발굴하고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더십은 지분 변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결국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는 역량 있는 후배들이 맡게 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송 회장은 매우 훌륭한 후배이지만, 지금 당장 네이버가 차기 리더십을 영입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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