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유튜브에 밀려 위기에 처했던 멜론, 지니 등 토종 음원 플랫폼에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는 한편, 네이버의 막강한 쇼핑 생태계를 등에 업은 스포티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그라운드·오프라인 저장 기능까지 추가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이하 라이트) 요금제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연내에 정식 서비스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 확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그간 구글은 동영상과 음악 서비스가 결합된 유튜브 프리미엄(월 1만 4900원)과 음악 단독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1만 1900원)만 판매하고, 광고가 제거된 동영상 단독 상품인 ‘라이트’는 판매하지 않아 독점적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는 조사를 받았다.
새로 출시되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는 유튜브 뮤직이 제외된 동영상 단독 상품이다. 이용료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안드로이드·웹 기준 8,500원, iOS 기준 1만 900원이다. 이는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과 비교해 최대 6400원(안드로이드·웹 기준) 저렴한 가격이다.
유튜브 라이트 상품 출시는 국내 음원 시장의 성장을 왜곡했던 결합 판매 구조가 해소되는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에서는 유튜브의 장악력이 큰 가운데 이번에 ‘뮤직 없는 유튜브’ 선택권이 처음으로 열리면서 시장 재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멜론(카카오)을 비롯해 지니뮤직(KT), 플로(SKT→비마이프렌즈), 바이브(네이버) 등 토종 플랫폼으로의 이용자 유입이 얼마나 늘어날지가 최대 관건이다.
국내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유튜브가 기존의 음악과 영상 통합 제공 전략에서 벗어나 가격을 변경하면서, 음악만 쓰려는 이용자들이 국내 플랫폼으로 일부 유입될 여지가 생겼다”며 “국내 플랫폼과의 가격 경쟁 구도가 새롭게 형성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위는 유튜브 뮤직(797만 명)이었으며, 멜론(705만명), 지니(303만명), 플로(200만명)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뮤직 이용자의 상당수가 음악과 영상을 함께 소비하는 MZ세대이므로, 이들의 충성도가 높아 기대만큼의 대규모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튜브의 ‘결합 해체’ 움직임과는 별개로, 네이버는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협력을 확대하며 새로운 형태의 초대형 통합 상품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 27일부터 자사의 핵심 유료 멤버십인 네이버플러스에 스포티파이를 디지털 콘텐츠 혜택으로 도입했다. 소비자들은 월 4900원(연간 기준 월 3900원)의 네이버플러스 구독료로 월 7900원 상당의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직’을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스포티파이가 국내 플랫폼과 멤버십을 통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네이버가 쇼핑 혜택에 글로벌 1위 플랫폼을 결합해 멤버십 유료 가입자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려는 핵심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넷플릭스, 우버 등과도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네이버는 스포티파이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뮤직 검색 결과에서 스포티파이 플레이어를 통한 곡·앨범 미리듣기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네이버지도 앱의 내비게이션 기능과 스포티파이 앱을 연동하는 등 서비스 전반에 걸쳐 통합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과 쇼핑·포털 생태계와 콘텐츠를 새롭게 결합하는 전략으로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에게는 새로운 차원의 경쟁 위협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네이버가 자사 음원 서비스인 바이브 대신 스포티파이와 협업을 확대하면서, 바이브의 위치는 애매해졌다. 네이버는 2023년 9월부터 멤버십 혜택에서 바이브를 제외했으며, 최근에는 연간 상품 및 MP3 다운로드 상품 판매를 종료하고 LG유플러스 연계상품 신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서비스 조정에 나섰다.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인 바이브 대신 외산인 스포티파이를 키우는 전략은 의외”라며 “네이버가 쇼핑 중심 전략으로 선회하며 국내 음원 시장의 직접적인 경쟁은 포기한 듯한 시그널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바이브 운영은 계속된다”며 “멤버십 운영 효율화를 위해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제공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