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지역화폐 연계해 실사용 현실화"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후 07:19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고 외국인 거주자도 급증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기반 실사용 환경은 거의 없습니다. 쿠콘이 보유한 국내 200만 QR 가맹점과 4만 대 ATM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제 쓸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종현 쿠콘 대표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그룹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내 최대 금융 데이터 API·결제 인프라 기업 쿠콘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종현 쿠콘 대표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 전략과 글로벌 결제 인프라 구축 청사진을 제시했다. 솔라나 재단과의 전략적 MOU, 국내 지역화폐·복지 플랫폼과의 연계 계획, 글로벌 네트워크 등 쿠콘이 가진 인프라가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을 현실화할 핵심 기반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400여 개 글로벌 기업 몰려와 문전성시

지난달 개최된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SFF) 2025’에서 쿠콘은 스테이블코인 결제·출금 시연을 선보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쿠콘은 올해 SFF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출금 과정을 직접 시연하는 부스를 마련해 큰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는 “작년에 이어 2년째 참석했는데, 올해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라는 명확한 주제로 참여했다”며 “한국을 찾는 글로벌 페이 사용자들이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ATM에서 원화로 출금하는 과정을 실제 시나리오 형태로 구현해보였다”고 말했다.

부스에는 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 등 다수 국가의 기업과 결제사 등 방문 기업만 400개에 달했다.

그는 “작년에도 한국 기업 중 가장 큰 부스를 냈지만, 시연 중심의 부스는 거의 없었다”라며 “올해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떠오르면서 특히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글로벌 결제업체, 솔라나, 바이낸스 싱가포르, 비자 등 다양한 기업들이 협력 논의를 위해 찾아왔다”라고 전했다.

“발행 아닌 유통·정산 인프라 역할”

쿠콘은 국내 최대의 금융데이터 API 사업(대출비교·금융데이터 연동 등)과 은행계좌 기반 결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회사다. 매출 구조도 절반은 데이터 API, 절반은 결제사업이 차지한다. 이 때문에 알리페이 등 글로벌 페이회사들이 한국에서 결제 사업을 진행할 때 쿠콘의 인프라가 핵심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알리페이·위챗페이 같은 글로벌 페이로 한국에서 QR 결제하면, 그 결제 데이터를 은행과 연결해 정산해주는 회사가 필요한데 쿠콘이 그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등도 이런 구조 안에서 연동할 수 있기에 관심을 갖게됐다”라며 쿠콘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쿠콘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글로벌 방문객·외국인 거주자를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페이 사업을 의욕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페이 이용자들이 그 앱을 가지고 한국에 와서 큐알이나 바코드로 결제가 가능해졌는데 그 뒤에 쿠콘이 있다”라며 “유니온페이와 위챗페이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50개사로 협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쿠콘이 계열사 비즈플레이와 함께 서울페이·제주페이·익산 지역화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스테이블코인의 수요 확보 측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비즈플레이는 대기업의 복지포인트·식권·출장경비 등을 통합 관리하는데 현대차 계열만 해도 연간 예산이 몇 조 원 규모”라며 “만약 이런 구조에 스테이블코인이 들어오면, 기업 내부 결제부터 지역화폐까지 다양한 혁신 모델이 열리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쿠콘은 최근 솔라나 재단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솔루션 및 글로벌 결제 인프라 확장을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화폐는 메인넷에서 발행돼야 하는데 솔라나는 이더리움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네트워크”라며 “우리는 코인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실제 쓸 수 있게 해주는 회사로 유통·결제·정산 인프라를 맡게된다”라고 설명했다.

쿠콘은 솔라나 네트워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오프라인 결제 환경에서 동작하는지 POC(개념검증)를 준비 중이다. 단독 프로젝트가 아니라 은행, 블록체인 기업, 지자체 등 다양한 기관을 함께 끌어들이는 구조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종현 쿠콘 대표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그룹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도 불확실성은 걸림돌, 신뢰 강화할 것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한 가장 큰 리스크로 법률·제도 불확실성을 꼽았다.

김 대표는 “법제화가 늦어지고 있는데 그래도 내년 상반기 중 이루어지고 사업자가 선정 되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대비 중”이라며 “AML(자금세탁방지)·KYC(고객확인제도), 24시간 관제까지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결제망이 연동된 이상 장애가 나면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통합관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성공하려면 은행 중심이 아닌 개방형 경쟁구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 주도로만 가면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라며 “마이데이터처럼 수익모델을 만들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경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확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한국 국민만 쓰면 안 된다. 해외 사용자, 글로벌 페이 사용자들이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야 성공한다”라며 “한국은 카드 인프라는 세계 최고지만 QR 결제 인프라가 부족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올 때 환전을 해야 하는데 글로벌 결제와 데이터 API, ATM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쿠콘은 국내 결제망을 ATM 레벨부터 연결해본 경험이 있어서 스테이블코인이 들어와도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쿠콘의 금융 데이터 API는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과 경쟁 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B2B 회사로 여러 핀테크 기업들이 잘되면 쿠콘도 함께 성장한다”라며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도 새로운 회사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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