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한양행, R&D 핵심축 TPD로…중앙연구소 內 TPD부문 신설 추진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05일, 오전 10:25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유한양행(000100)이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표적단백질 분해제(TPD)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신설한다. 연구·개발(R&D) 분야 차세대 핵심동력인 TPD에 집중하면서 TPD 외 분야에서의 공동개발연구는 가지치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유한양행이 선택한 TPD는 어떤 기술?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중앙연구소 내부에 신규 모달리티 연구를 전담하는 부문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모달리티로는 유한양행이 최근 몇 년 간 연구에 집중해 온 TPD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연구소는 현재 △의약공정부문 △바이오신약부문 △바이오CMC부문 △합성신약부문 △제품제제부문 △연구운영팀 등 기능에 따라 나뉜 6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TPD만 전담하는 부문을 신설하는 것이다. 유한양행이 중앙연구소 내부에 특정 모달리티만을 연구하는 부서를 둔 적은 없었다.

최근 유한양행은 TPD에 R&D의 중심축을 두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100주년을 맞아 아예 집중 조직을 신설해 ‘포스트 렉라자’ 발굴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지난 8월 오세웅 중앙연구소장과 윤태진 R&BD본부 전략실장이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이영미 R&BD본부장(부사장)과 임효영 임상의학본부장(부사장)까지 사의를 표하면서 내부 주요 인력 공백이 크다. 이 가운데 TPD에 집중한 조직개편이 유한양행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TPD는 차세대 신약 개발 기술로 아직 상용화된 신약이 없다. 분자 크기가 비교적 큰 까닭에 체내 이용률을 확보하는 것이 기존의 케미컬 의약품보다는 어려운 기술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합성신약의 일환이어서 전통제약사들에는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익숙할 수 있다.

여기에 최초 TPD 신약 탄생도 임박한 상태다. 지난 8월 화이자와 아비나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유방암 2차 치료제로 ‘베프디제스트란트’의 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하면서다. 내년 6월 중에는 허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최근 신규 E3 라이게이즈 바인더 발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세욱 연구소장 사임 이후 중앙연구소가 최영기 부소장 체제가 되면서 전반적인 연구 파이프라인 관리 기조가 좀 더 타이트하게 바뀌었다. TPD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정도에 집중하고 다른 모달리티는 정리하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PD는 크게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물질과 링커, E3 라이게이즈 바인더로 구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E3 라이게이즈 바인더다. E3 라이게이즈 바인더는 타깃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여 ‘이 단백질을 분해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유비퀴틴이 붙어 분해 신호를 내뿜게 된 타깃 단백질은 세포 내 쓰레기 처리장인 프로테아좀으로 가게 되는데 그러면 문제 단백질이 완전히 분해된다.

ADC가 문제 단백질을 억제했다면 TPD는 이처럼 문제 단백질을 아예 분해해버린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 내성이나 재발과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다.



◇ TPD 플랫폼 기술로 렉라자 성공신화 잇는다

지금까지 600여개 이상의 인간 E3 라이게이즈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중 TPD 약물 개발에 널리 사용되는 VHL, CRBN을 제외한 다른 E3 라이게이즈에 대해서는 많이 연구돼 있지 않다. 가장 많이 쓰이는 CRBN은 오프타깃 부작용 이슈가 있어 새로운 E3 라이게이즈 발굴 수요가 크다.

만약 신약개발사가 새로운 E3 라이게이즈를 찾으면 아예 화합물 구조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데 그러면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돼 개발사는 독창적인 TPD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E3 라이게이즈를 발굴하면 플랫폼 기술이 돼서 기술수출을 하더라도 그 규모를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이 키울 수 있고, 하나의 플랫폼 기술을 비독점으로 다회 기술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유한양행 역시 신약후보물질 하나를 개발해 하나씩 파는 것보다는 아예 TPD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FDA가 허가한 국내 최초의 항암제 '렉라자' 개발에 성공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와 관련한 아쉬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리스크를 낮추고자 오스코텍에서 렉라자 초기 물질을 사올 당시 계약금 규모를 작게 하는 대신 향후 사업화에 성공했을 때 주어지는 로열티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약구조가 상용화 이후 부메랑이 되면서 유한양행은 존슨앤드존슨(J&J)으로부터 받는 렉라자 로열티의 40%를 오스코텍과 나누고 있다. 렉라자 개발 과정에서의 경험이 TPD 기술을 내재화하고 플랫폼 기술화하려는 니즈로 발전한 셈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2년부터 TPD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관련된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해왔다. 2022년 업테라와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사이러스테라퓨틱스, 카나프테라퓨틱스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 도입을 위한 공동개발 계약에 사인했다.

같은해 유빅스테라퓨틱스로부터 TPD 기반 전립선 치료제 UBX-103을 최대 1500억원에 기술도입하기도 했고, 프레이저테라퓨틱스와도 공동연구 계약을 했다. UBX-103은 최근 유빅스에 반환했지만 양사는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외부에 알린 공동개발 및 오픈이노베이션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TPD 개발사들과 E3 라이게이즈 바인더 및 TPD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 중인 것으로 안다”며 “규모가 작아 공시 등으로 외부에 알릴 필요가 없었거나 아직 계약까지 가지 않은 초기 단계 협업케이스가 여럿”이라고 말했다.

최영기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부소장은 “TPD 관련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인재 채용이 진행 중이며 TPD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맞다”며 “진행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외부 공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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