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한은 ‘충돌’…스테이블코인 정부안 ‘불발’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10일, 오전 11:31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정부안이 제출 시한을 넘기게 됐다. 스테이블코인 등 쟁점을 놓고 한국은행, 금융위원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정부안 마련에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여당은 오는 11일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입법 방안을 논의하기로 해 주목된다.

10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원회에 10일까지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정부안 제출을 요청했지만, 제출이 불가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융위,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어 10일까지 제출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모습. (사진=한국은행, 연합뉴스)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1단계)’ 시행 이후, 발행·유통·공시·상장·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시장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제·육성하기 위한 후속 입법이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민병덕·이강일·박상혁·안도걸·김현정 의원, 국민의힘 김재섭·김은혜 의원 등이 관련 법을 발의한 상태다. 당초 민주당은 정부안이 제출되면 이를 토대로 의원 발의 법안을 병합 심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은과 금융위·기획재정부 간 이견이 커 통일된 정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발행자 범위, 준비자산 요건, 한은의 관여 범위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1 대 1 가치 붕괴), 대규모 환매, 지급결제 안정성 훼손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강한 규율을 요구해왔다. 반면 정부·여당은 국내 산업 경쟁력과 혁신성을 고려해 ‘개방형 발행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KYC 우려’가 큰 상황이다. KYC(Know Your Customer·고객확인의무)는 금융거래에서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절차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익명성 때문에 자금세탁, 탈세, 외환규제 회피 같은 위험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놓고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통화 정책의 통제력, 금융 시스템 안정 등을 위해 시중은행이 컨소시엄 지분의 5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법안과 일본의 사례처럼 은행에 독점권을 부여하지 않고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발행 인가 및 감독 권한을 놓고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시 유관기관의 ‘만장일치 합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의 단독 검사 요구권, 공동 검사 참여권도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금융위는 과도한 권한이자 불필요한 옥상옥 규제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디지털자산 전문가인 초이스뮤온오프 최화인 대표는 “한은이 통화·외환관리 어려움을 내비쳐 시일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디지털자산 제정법이다 보니 검토할 게 많아 물리적으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발행자 자격·심사 요건, 관련법 제·개정까지 곳곳에 쟁점이 많아 최종 합의가 되려면 내년까지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AFP)
이같은 상황으로 정부안 마련이 난항을 빚는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11일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은 이데일리에 “정부안이 10일까지 제출되지 않더라도 11일 민주당 일정대로 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의원 발의안을 중심으로 12월에 당론 발의를 하고 내년 1월에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같은 일정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지체할수록 금융 경쟁력이 뒤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국채이자 부담을 완화하고 동시에 ‘디지털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이고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디지털혁신국장 등을 역임한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지금과 같은) 규제 공백 상태에서 미인가 업체들의 난립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이용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가상자산이 현금화 되거나 현금자산이 가상자산이 되는데 여러 가지 케이트 키퍼들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중앙은행이 걱정하는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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