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erf 출범·예산 2500억 투입했지만… 국산 NPU 육성, 여전히 부족하다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10일, 오후 06:55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정부가 ‘제2의 엔비디아’를 키우기 위해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도화 지원에 나선다.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수요·공급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성능평가지표를 마련해 생태계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에서 2030년까지 국산 NPU 30% 의무 채택 조항이 사라지면서, 더 강력한 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산 AI반도체 경쟁력 높인다… K-Perf 협의체 출범해 NPU 성능평가 체계 구축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산 AI반도체의 조기 상용화 성과와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2025 AI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산업계 중심의 공동성능지표(K-Perf) 발굴·확산·고도화를 목표로 주요 수요·공급기업 12곳과 3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K-Perf 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K-Perf를 통해 실제 사용환경 기반의 NPU 성능 데이터 공유·활용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의체에는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등 팹리스와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NHN클라우드, SKT, LG CNS, 삼성SDS 등 주요 CSP·SI 기업이 참여했다. AI·SW 기업으로는 LG AI연구원과 모레가 포함됐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는 R&D·실증·사업화 지원기관 역할을 맡는다.

수요·공급기업들은 국산 NPU 성능의 신뢰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K-Perf 지표를 적극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수요기업이 그동안 국산 NPU 도입 과정에서 어려웠던 구체적 성능 데이터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NPU 수요-공급 간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컨퍼런스에서는 국산 AI반도체 활용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온디바이스 AI 분야에서는 국산 NPU의 가능성이 강조됐다. 최홍섭 마음AI 대표는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어떤 모델이 실제 구동될지 명확히 특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NPU는 범용보다 목적지향형 AI 연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 젯슨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전력·발열 문제로 양산형 온디바이스 AI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NPU 설계 단계부터 확실한 유스케이스를 목표로 개발한다면 국산 AI반도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국산 NPU 예산 ‘2500억 지원에도 역부족’… 업계 “AI혁신펀드 전액 삭감 아쉬워”

AI반도체 연구개발(R&D)과 실증·사업화 성과도 이날 컨퍼런스에서 공유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R&D에 1425억원을 투입해 국산 AI반도체 기술 고도화를 집중 지원했고, 국산 NPU의 ‘골든타임’ 상용화를 위해 1·2차 추경을 통해 실증·사업화 예산을 794억원 증액해 총 1103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포함하면 올해 정부 지원 규모는 2500억원을 넘는다.

그러나 NPU는 대규모·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분야로, 예산 규모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가 AI컴퓨팅센터 공모 재설계 과정에서 2030년까지 국산 NPU 50% 활용 조항이 삭제되면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내년 AI혁신펀드 예산 1000억원이 전액 삭감된 점도 기업들의 기대를 꺾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세대 칩 개발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수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국내 NPU 기업 대부분이 아직 매출이 안정적이지 않은 스타트업이라 AI혁신펀드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예산이 삭감돼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추경을 통해 확대된 실증·사업화 사업으로 16개 기업의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고 국산 AI반도체 제품 26종을 개발·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년에는 NPU 관련 예산만 4000억원 이상 확보해 올해보다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임기 중 반드시 GPU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NPU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AI 분야에만 약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는 기존 대비 3배 수준”이라며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예산 확대를 통해 국내 AI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