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운섭 그래피 대표 “글로벌서 러브콜 쇄도…내년 수익개선 본격화”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16일, 오후 01:36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미국, 중국, 유럽 등 여러 나라의 유명 교정회사들이 그래피(318060)에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이미 중국의 본덴트와는 이야기가 구체화되고 있고 다른 회사들과도 내년 중 본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심운섭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 구로구 그래피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그래피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그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심운섭 대표가 회사의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그래피)




◇해외서 더 인기있는 'K투명교정장치'



지난 8월 코스닥에 기술특례상장한 그래피는 3차원(3D) 프린팅 기반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SMA·Shape Memory Aligner)를 개발하는 회사다. 기존 금속 브라켓(치아 표면에 설치하는 철사로 된 고정 장치)이나 타사 투명교정장치 대비 아프지 않고 심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교정력은 우수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SMA는 체온에서 형상이 서서히 복원되면서 장치가 치아에 부드럽게 밀착하기 때문에 착용시 통증이 상대적으로 작다. 투명교정장치를 고정시키기 위해 치아에 부착물(어태치먼트)을 설치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장치 자체가 치아의 아래부분까지 감싸므로 끼고 벗기도 쉽다.

심운섭 대표는 “교정학적으로 세포 조직변화를 유도하는 이상적인 힘의 크기가 0.1~0.18뉴턴(N)이라고 알려져 있다. 강한 힘으로 억지로 미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라이트 포스(Light Force)로 지속적으로 힘을 가하는 것이 그래피의 솔루션의 핵심”이라며 “치아의 오목한 하부까지 소재가 들어가지 않으면 교정장치의 들뜸 현상으로 치아 윗부분만 잡고 쓰러뜨리는 이동만 가능하다. 반면 그래피 방식은 치아 형상에 맞춰 치근 근처까지 완벽히 감싸도록 디자인하기 때문에 투명교정장치의 심미성을 가져가면서도 브라켓만큼이나 교정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래피의 SMA를 사용하려면 3D프린터, 경화기와 스피너 등 SMA 제작 장비는 물론 그래피만의 형상기억 소재가 필요하다. 이 소재가 그래피 기술의 핵심이다.

심 대표는 “교정사업에서 핵심인 소재는 자동차 사업에서 엔진과 그 중요성이 대등하다고 할 수 있다”며 “상징성 때문에라도 당장 글로벌 1·2위 기업들이 자사 자동차의 엔진을 타사 것으로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2위 업체를 빠르게 뒤쫓으려는 후발주자들은 그래피 소재의 장점을 먼저 알고 잇따라 연락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래피는 이미 중국 본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밖에도 다양한 국가의 유력회사들과 내년 초 추가적인 파트너십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이미 교정과 관련된 해외 유수의 학회에서는 투명교정장치 분야 세계 1위 회사와 그래피의 기술력을 대등한 수준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다수의 교정분야 글로벌 키 닥터들이 그래피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다양한 논문으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해외 교정전문 치과의사들도 한국에 와서 그래피의 기술을 배워가고 싶다고 먼저 연락해 매년 방한케이스도 여럿”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래피는 지난 2023년 수출부문에서 하이서울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다. 그래피의 투명교정 솔루션 덕에 세계 2000여명의 치과의사를 국내 행사에 유치함으로써 의료관광 사업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비슷한 경우 보통 기업에서 해외 의사들의 체류비를 지원하지만 그래피의 투명교정 솔루션을 배우러 오는 의사들은 그래피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비를 들여 방한하고 체류한다. 그만큼 그래피의 투명교정 솔루션을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그래피의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 (사진=그래피)




◇위탁배송으로 사업 확장+수익개선 자신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존 투명교정 장치와 그래피의 장비, 방식이 달라 기존 방식이 손에 익은 의사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라고 심 대표는 잘라 말했다. 원내 생산 뿐 아니라 위탁배송 주문도 가능하며 기존 경쟁사 제품 역시 초기 교육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기반 교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부분의 치과와 기공소에서도 필연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며 “그래피 솔루션은 오히려 일관된 품질 확보와 감염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아 학습곡선만 지나면 오히려 운영 편의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원내 생산을 대체할 위탁배송 사업은 내년부터 더 강화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심 대표는 “빠른 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에서 SMA 주문생산 모델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치과 원내에서 교정장치를 만들지 않고 그래피로 환자의 구강 스캔파일만 보내면 우리가 직접 제작해 배송까지 하는 서비스다. 치과에서 구강 스캐너만 보유하면 쉽게 그래피의 솔루션을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원내생산 수요와 주문생산 모델 수요의 비중을 약 3 대 7 정도로 본다.

원내생산 대비 주문생산 모델의 생산 효율성이 좋고 운영에서도 장점이 있어 이는 결국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래피는 상장 당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도 사업 모델 확장을 기반으로 한 성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그래피의 매출은 161억원이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01억원에 이른다. 그래피는 내년에는 매출 성장세가 더 거셀 것으로 예상한다.

심 대표는 “상장 이후 해외 파트너사 미팅과 SMA 플랫폼 기반 협력 논의가 재개되면서 사업 여건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며 “올해는 상장 절차로 일부 해외 활동이 제한적이었지만 내년에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지역 파트너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업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그래피 솔루션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심 대표는 “보통 체어타임(환자가 치과 의자에 앉아 진료를 받는 시간)이 길수록 의사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환자의 치료 만족도는 떨어지며 병원 수익성도 크게 저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피의 투명교정 솔루션은 진단·설계·장치 제작이 디지털로 일원화되고 기존 투명교정장치처럼 치아 표면에 레진(부착물)을 붙이거나 제거하기 위해 에칭(산 부식), 본딩, 연마, 조정 등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며 “이 때문에 케이스에 따라 기존 방식 대비 최소 30분, 최대 60분의 체어타임을 줄일 수 있다. 불필요한 내원 횟수도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구강 스캔파일만 맡기면 장치 제작까지 그래피가 직접 지원하기 때문에 그래피 솔루션으로의 교체 수요는 높아지고 병원 입장에서도 전환비용과 업무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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