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하영 기자] 337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을 상대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김범석 의장의 거취나 지시 사항에 대해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해 공분을 샀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핵심 증인 불출석에 대해 고발을 공식화하고 청문회 직후 국정조사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김범석 질문에 ‘동문서답’...로저스 대표, 책임 회피 논란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 한국 사업의 최고운영의사결정자(CODM)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되어 있음에도 청문회에 불참한 것에 대해 질타가 이어졌다.

황정아 의원은 “미국 공시에 김범석 의장이 한국 사업의 최고운영 의사결정자라고 공시되어 있는데, 맞느냐”고 명확하게 물었으나, 로저스 대표는 “제가 오늘 한국법인 대표로서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사실 확인을 회피했다. 황 의원이 재차 “공시가 맞냐”고 묻자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은 미국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라고만 답해 ‘동문서답’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황 의원은 “국민 10명 중 7명이 쿠팡을 강제조사해야 한다고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 개인정보까지 로켓배송하는 김범석 의장은 나무늘보 코스프레(행세)”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김범석이 이 사고에 대해 뭐라고 했냐”는 질문에도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은 이 부분에 대해 저한테 말한 것은 아니고 본 사안에 대해 의장과 이사회에 보고 진행했다”고 답변했다. 황 의원이 “사과할 마음이 있대냐”고 묻자, 로저스 대표는 “직접 제게 그런 말을 했냐는 질문이냐. 그런 대화를 김 의장과 나누진 않았으나 한국 대표이사로서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말해 김 의장의 직접적인 사과 발언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90% 매출 한국’인데…여야, 핵심 증인 불참에 ‘국민 무시’ 질타

김범석 의장과 박대준 전 쿠팡 대표를 비롯한 핵심 증인들의 대거 불참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강력한 질타가 이어졌다.

최민희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최근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수많은 개인정보와 일상에 직접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핵심 증인 불출석은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규정했다. 특히 쿠팡 매출의 90%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함에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라는 이유로 불출석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간사는 김 의장의 불참에 대해 “글로벌 CEO라는 이유로 참석 못 하겠다는 건 언어도단”이라며 “국민을 우롱하고 전 세계 쿠팡 투자자에 절망을 안기는 내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간사도 “김범석 의장이 5번에 걸쳐 출석 거부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용서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민희 위원장, 불출석 증인 ‘고발’ 및 ‘국정조사’ 예고

최민희 위원장은 핵심 증인 불참에 대한 강력한 조치로 ‘고발’과 ‘국정조사’를 공식화했다. 최 위원장은 “11명의 증인 중 3명의 증인이 불출석했다”며 불출석 증인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한 청문회 직후 국정조사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청문회 끝나는 즉시 국정조사 절차에 돌입할 것임을 말씀드린다”며 여야 간사들의 협의를 즉시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