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불났는데 인명피해 없었던 이유 "중소형 숙박 안전의 해답은 시스템"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후 03:08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재난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난 10월 대구 서구 평리동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비대면 관제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에 신속한 인지와 대응이 이뤄졌고 인명 피해 없이 투숙객 전원이 구조됐다. 현장에는 숙박 운영 스타트업 지냄의 비대면 관제 솔루션 ‘프론트엑스(Front-X)’가 있었다. 화재 발생 직후 관제센터에서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 즉각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투숙객 개별 안내와 대피 유도를 병행했다. 현장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사람과 시스템의 공조가 작동하며 위기를 막아낸 사례로 평가된다.

인력이 최소화되는 심야 시간대, 화재와 같은 긴급 상황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주변의 중소형 숙박 시설은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선제적으로 관제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은 숙박시설에서는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화재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와 투숙객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중소형 숙박 시설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안전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그 첫 순서로 이번 화재 대응 과정의 중심에 있었던 지냄 관제센터 이준철 이사(사진)를 만났다. 사고 인지부터 신고, 투숙객 안내까지 이어진 실제 대응 프로세스를 짚어보며, 위기 상황에서 비대면 관제 시스템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프론트엑스가 화재를 인지한 시점과 이후 대응 절차는.

△화재는 0시 55분경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수입 차량에서 연기가 시작되며 시작됐다. 발화 직후 연기가 발생했고, 이 연기는 주차장 엘리베이터 샤프트를 따라 상부로 이동해 2층 프론트 공간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2층 프론트에는 당사가 개발한 프론트엑스 AI 모션 감지 CCTV가 설치돼 있었으며, 해당 장비는 연기 유입이라는 비정상 상황을 감지해 즉시 관제센터로 신호를 전송했다. 관제센터 요원은 0시 58분경 이상 상황을 1차 인지했고, 인지 직후 상급 매니저에게 보고하는 동시에 소방서에 직접 신고를 진행했다. 1시경 관제팀장에게 상황 보고가 완료됐으며, 관제센터에서는 즉시 투숙객 대상 문자 발송, 전화 안내, 대피 방송을 병행하며 대응을 이어갔다. 동시에 소방서와 실시간 전화 소통을 유지하며 현장 상황을 공유했다. 1시 3분경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했으며, 이후 관제센터는 소방서와 공조해 PMS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실 정보, 투숙객 명단, 연락처 등을 활용한 인명 확인 절차를 1~3차에 걸쳐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혹시 모를 미대피자를 대비해 문자·전화·대피 방송을 반복적으로 안내했으며, 객실 출입이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마스터키 제공 등 현장 협조도 함께 이루어졌다. 그 결과 1시 30분경 완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프론트엑스는 어떤 시스템인가.

△프론트엑스는 기존 숙박시설의 프론트 데스크 인력을 대체·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비대면 통합 운영 시스템이다. 키오스크와 AI 양방향 사운드를 탑재한 CCTV, 그리고 관제센터를 연동해 체크인·체크아웃, 고객 응대(CS), 예약 관리, 보안 감시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는 단순한 무인 시스템이 아니라,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관제 인력이 즉시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프론트엑스는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야간 시간대에 사고를 조기에 감지하고, 관제센터를 통해 신고·대피 안내·현장 협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인프라로 기능했다. 이처럼 프론트엑스는 단순한 운영 편의 시스템을 넘어, 야간 인력 공백 환경에서도 숙박시설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완하는 통합 솔루션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다.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기능은 무엇인가. 현장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프론트엑스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었나.

△이번 사고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기능은 AI 기반 이상 징후 조기 감지와 즉각적인 원격 대응 체계였다. 화재가 발생한 시점에는 현장에 상주 인력이 없는 야간 시간이었고, 발화 지점 또한 객실이 아닌 주차장이었다. 이 조건에서는 연기나 유독가스가 엘리베이터 샤프트를 통해 빠르게 상층부로 확산되기 때문에, 사람이 육안으로 인지했을 때는 이미 대응이 늦는 경우가 많다. 프론트엑스의 AI 모션 감지 CCTV는 연기가 프론트 공간으로 유입되는 초기 단계에서 이를 이상 상황으로 감지했고, 관제센터와 즉시 연결돼 사람이 개입하기 전에 ‘상황 인지→판단→신고’가 자동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즉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관제 인력이 투숙객 정보와 동선을 원격으로 파악하고, 문자·전화·방송을 병행해 대피를 안내함으로써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점이 인명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

―중소형 숙박 시장의 안전 시스템 부재와 낙후된 관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중소형 숙박 시장의 안전 실태는 어떤가.

△실제 사고 발생을 전제로 한 즉각적인 대응 체계는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시설에 화재감지기나 경보 설비는 설치돼 있지만, 야간에 이를 누가, 어떻게, 어떤 순서로 인지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운영 프로세스가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주차장, 기계실, 외부 공간처럼 상시 인력이 상주하지 않는 구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지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피해가 단시간에 확대될 위험이 매우 높다.

―중소형 숙박 시설에 24시간 비대면 관제 시스템이 필수적인 이유는.

△중소형 숙박시설은 구조적으로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12시간 2교대 또는 24시간 격일 교대 근무 형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야간 근무 시간에는 통상 4~6시간의 휴게시간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24시간 상주 감시 체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재난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특히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차량 자가 발화와 같은 사고는 짧은 시간 안에 유독가스가 급속히 확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사람이 직접 보고 판단해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대응 속도와 정확성에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구조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24시간 비대면 관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비대면 관제 시스템은 사고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원격에서 즉시 대응 체계를 가동함으로써 현장 인력이 없는 시간대에도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대구 화재 사례 역시, 프론트엑스와 같은 비대면 관제 시스템이 없었다면 화재 인지 시점 자체가 상당히 지연됐을 것이다.

―프론트엑스 도입의 구체적인 효과 사례가 궁금하다.

△프론트엑스는 단순한 무인 체크인 시스템이 아니라, 예약·입퇴실·CS·보안·운영 상태를 하나의 화면에서 통합 관리하는 운영 인프라다. 이를 도입한 숙소들은 야간 인력 축소와 부분 무인화를 통해 고정 인건비가 월 기준 약 45~55%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야간 근무 인력 1~2명을 유지해야 했으나, 프론트엑스 도입 이후 야간 상주 인력을 최소화하고 관제 기반 운영으로 전환하면서 연간 수천만 원 수준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또 반복적인 체크인, 체크아웃, 단순 CS 응대가 자동화되면서 현장 인력의 업무 시간이 약 30~40% 감소했다. 그 결과 인력은 청결 관리, 시설 점검, 고객 응대 품질 관리 등 운영의 핵심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민원 감소와 고객 만족도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시간 객실·예약 데이터가 관제 시스템과 연동되면서 운영 판단 속도가 평균 2~3배 이상 빨라졌고, 이를 기반으로 객실 회전율 관리와 판매 전략 조정이 가능해지면서 가동률은 약 15~18% 상승, ADR과 결합해 월 매출 기준으로는 약 7~12% 수준의 수익 개선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시스템이 아니라 안전성 확보와 동시에 인건비 구조를 개선하고, 운영 효율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구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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