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의 시대는 끝났다…네이버 검색, ‘누가 썼는지’를 묻는다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후 07:05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검색이 개편된 이후 방문자가 반토막 났어요. 이제 블로그는 끝난 건가요?”

최근 네이버 블로그 커뮤니티에는 일일 방문자 수가 급감했다는 창작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20여 년간 한국 인터넷의 대표적인 지식 축적 공간이었던 블로그가 구조적 위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네이버(NAVER(035420))는 블로그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개편을 통해 이른바 ‘조회수 장사’ 콘텐츠를 걸러내고 신뢰도 높은 ‘실질적 전문가’를 가려내는 과정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신뢰도 반영 네이버 검색 엔진 변화(사진=네이버)
◇신뢰도 그게 뭔데? 키워드보다 공신력

1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대형언어모델(LLM)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검색 기술인 ‘넥스트 N 서치’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순차 적용 중인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는 ‘오스지알(AuthGR)’로 불리는 신뢰도 기반 문서 생성·평가 AI다.

기존 검색이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와의 일치 정도, 즉 ‘관련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스지알’은 글을 누가 썼는지에 주목한다. 네이버는 LLM을 통해 문서 출처와 작성자의 공신력을 분석·점수화하고, 이를 검색 노출 순위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여권 재발급’을 검색할 경우, 과거에는 키워드를 정교하게 배치한 블로그 글이 상단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외교부 등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식 문서가 최우선으로 노출된다.

네이버는 이 과정에서 기존의 ‘블로그 지수’처럼 모호한 기준을 걷어내고, 특정 분야에서 장기간 전문성을 축적해온 창작자에게 공신력 점수를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정 분량의 글과 이미지를 기계적으로 채우는 기존 검색 최적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배경이다.

쿠마-VL 구조(사진=네이버)
◇AI가 사진과 글의 맥락을 정량 평가

콘텐츠 품질을 평가하는 방식도 한층 정교해졌다. 비전언어모델(VLM) 기반의 ‘쿠마(QUMA)-VL’이 핵심이다.

기존 모델이 블로그 글에 포함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른바 ‘블로그 지수’를 산정해 노출 순위를 정했다면, 쿠마는 콘텐츠의 내용과 이미지 간 연관성을 점수화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텍스트 문맥과 사진을 동시에 분석해, 기존 LLM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었던 이미지 맥락 평가까지 수행한다.

예를 들어 글의 주제는 인테리어인데 무관한 풍경 사진이 삽입되거나, 가독성이 낮은 광고성 이미지가 과도하게 포함된 경우 쿠마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일관성이 콘텐츠 품질 판단의 핵심 지표로 작동하는 셈이다.

네이버가 쿠마를 적용해 테스트한 결과, 사용자 체류 시간은 1.93%, 클릭률(CTR)은 1.34%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알콘이 ‘아이유’를 검색했을 때 사용자 의도를 생성한 예시(사진=네이버)
◇키워드가 아닌 ‘의도’를 읽는 시대

네이버 검색 개편의 또 다른 축은 알콘(RCON·Ranking for Context)이다. 알콘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에서 의도를 도출한 뒤, 그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문서를 중심으로 검색 결과를 재정렬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아이유’를 검색했을 때 과거에는 팬카페 글, 뉴스, 블로그 콘텐츠가 뒤섞여 노출됐다. 그러나 알콘은 이를 하나의 단일 키워드로 보지 않는다. AI가 먼저 △콘서트 일정 △신곡·음원 △출연작 △패션 등 복수의 세부 의도로 분해한 뒤, 현재 시점과 사용자 맥락에 가장 적합한 의도를 우선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준은 ‘지금 이 질문에 가장 맞는가’다. 아이유가 컴백 직후라면 신곡 관련 정보가, 투어 기간이라면 콘서트 일정이 우선 배치되는 식이다. 반대로 광고성 콘텐츠나 문맥과 동떨어진 글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린다.

키워드는 맞지만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설명하지 못하는 문서는 더 이상 검색 상단에 오르기 어려운 구조로 바뀐 셈이다.

◇‘잡화점 블로그’는 밀리고 ‘전문점’은 뜬다

넥스트 N 서치 시대에 창작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①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점’형 운영 ② 검색 질의 의도에 맞춘 콘텐츠 구조 설계 ③ 이미지를 단순 장식이 아닌 ‘데이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검색은 블로그의 일관성과 정체성을 먼저 평가한다. 오늘은 뉴스, 내일은 맛집, 모레는 IT를 다루는 이슈 중심 블로그는 신뢰도 점수에서 불리하다. 반대로 특정 주제를 장기간 꾸준히 다룬 전문성은 공신력 상승으로 직결된다.

콘텐츠 유형에 따른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 법령이나 제도처럼 정답이 있는 정보성 글은 명확한 출처 표기와 최신성 관리가 핵심이다. 반면 정답이 없는 탐색형 질의의 경우 단순 정보 요약보다는 개인 경험, 비교 관점, 해석이 담긴 콘텐츠가 AI에 의해 더 높은 가치를 받는다.

이미지 활용 방식 역시 중요해졌다. 의미 없는 섬네일이나 본문과 무관한 사진은 감점 요인이다. 설명하는 내용과 정확히 맞는 이미지를 배치하고, 이미지에 캡션을 달아 맥락을 명확히 해야 AI가 콘텐츠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검색 개편은 문서 수집부터 색인, 랭킹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출처의 신뢰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며 “특정 주제에 전문성을 축적해 온 창작자들의 경우 오히려 방문자가 늘어난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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