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공급난에 원가 압박…20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 하향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후 04:0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메모리 가격 급등이 스마트폰 제조 원가를 끌어올리면서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부품 비용 부담이 수요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제조사들의 제품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신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 트래커 및 전망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전망치 대비 2.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전망 하향 조정 폭은 아너, 오포, 비보 등 주요 중국 제조사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주요 제조사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및 전년 대비 성장률 (2026년 전망). 출처=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번 조정의 핵심 배경은 메모리 비용 상승이다. DRAM 가격 급등으로 저가형 스마트폰의 부품 원가(BoM)는 약 25%, 중가형은 15%, 고가형은 10%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2026년 2분기까지 추가로 10~15%가량의 비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대별로는 200달러 이하 저가형 시장의 타격이 가장 크다. 카운터포인트 황민성 연구위원은 “연초 이후 저가형 스마트폰의 BoM이 20~30% 상승했다”며 “중·고가 시장 역시 10~15% 수준의 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카운터포인트의 생성형 AI용 메모리 솔루션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2026년 2분기까지 최대 40% 추가 상승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미 높아진 BoM이 현재 대비 최소 8%에서 최대 15% 이상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사들은 비용 전가와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평균판매가격(ASP)은 2026년 전년 대비 6.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5년 9월 기준 기존 ASP 전망치(3.9%)보다 크게 상향 조정된 수치다.

2026년 스마트폰 출하량 전년 대비 성장률 전망 및 조정 내역. 출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 트래커 및 전망, 신규 전망은 2025년 12월, 기존 전망은 2025년 11월 기준
다만 저가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 왕양 애널리스트는 “저가 가격대에서 스마트폰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비용 전가가 어려울 경우 제조사들은 일부 제품군을 정리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저가 SKU 출하 감소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난 대응 여력은 제조사별로 차이가 날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프리미엄 중심의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수직 계열화를 보유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왕양 애널리스트는 “향후 몇 분기 동안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며 “반면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사이에서 조정 여력이 제한적인 업체들은 상당한 부담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압박이 중국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제조사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양 조정에 나서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바이성하오 애널리스트는 “일부 모델에서 카메라 모듈, 잠망경 솔루션, 디스플레이, 오디오 부품은 물론 메모리 구성까지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기존 부품 재활용, 포트폴리오 간소화, 상위 ‘프로’ 모델 유도, 디자인 변경을 통한 교체 수요 자극 등 다양한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스마트폰 시장은 출하량 감소와 평균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적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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