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민관합동조사단을 통한 철저한 원인 조사와 엄정 제재 방침을 밝혔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쿠팡을 클릭하지 않았는데도 넘어가는 ‘납치광고(플러팅 광고)’에 대한 사실 조사를 마친 뒤 위원회 구성 완료 후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는 시작부터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글로벌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대신 증인으로 나선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대표는 핵심 질의를 비켜 가는 답변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여야 의원들은 “글로벌 CEO라는 직함이 국회 출석을 거부할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수장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 의장은 쿠팡 모회사인 쿠팡 Inc 이사회 의장 겸 CEO로, 회사에 대해 74.4%의 실질적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의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쿠팡 Inc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김 의장이 한국 사업의 ‘최고운영의사결정자(CODM)’로 명시된 점을 근거로 책임을 묻는 질의에도, “한국법인 대표로서 제가 책임지고 답변하겠다”거나 “김 의장은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반복했다.
쿠팡 Inc는 청문회 전날 미 SEC에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 현황을 공시하며 “쿠팡의 운영은 실질적으로 중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SEC 규정상 중대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공시 의무는 없었지만, 사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로저스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한국 규제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불출석에 국회 전면 대응…고발·국정조사·입국 제한까지 추진
국회는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을 ‘대한민국과 이용자를 무시한 행위’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불출석한 김 의장과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등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고발 방침을 밝혔고, 정무위원회도 같은 날 김 의장의 국정감사 불출석을 문제 삼아 고발 조치를 의결했다.
과방위는 국정조사 착수도 예고했다. 국정조사가 확정되면 동행명령장 발부가 가능해 출석 거부 경영진에 대한 사실상 강제 소환이 이뤄질 수 있다.
아울러 국회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경영진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증언을 거부할 경우 입국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 증인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국회 의결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과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정부기관 증인 총출동…엄중 조사·영업정지 등 검토
이날 쿠팡 측 주요 증인들이 대거 불참한 것과 달리, 정부와 유관기관 증인들은 모두 출석해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 강력 제재 의지를 재확인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을 묻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공정위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제안한 ‘안심주소’ 도입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라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이번 쿠팡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대·반복적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관련해, 소급 적용이 어렵다면 ‘쿠팡 방지법’과 같은 특별법 제정으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에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쿠팡은 지난달 말 약 3370만 개 계정에서 이름, 이메일, 배송지 주소, 일부 주문 정보 등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퇴사 직원의 시스템 접근권한 인증키 관리 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정부 민관합동조사단과 경찰이 정확한 유출 경위와 추가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