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이사는 KT(030200)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004020)의 사외이사와 KT 사외이사를 동시에 겸직해 이해관계 충돌 논란에 휘말렸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상법 제542조의8 제2항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가 회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특정 관계에 있을 경우 선임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요 주주나 최대주주, 계열사 임직원 등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인물은 결격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이러한 규정이 사전에 제대로 점검·작동했는지를 둘러싸고, KT 이사회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정치권과 법조계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T 이사회에 회의록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T CEO 공모에 참여했던 일부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사회 결정의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 신청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조승아 이사, CEO 선임 투표 불참…이사회 “절차상 문제 없다”
1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조승아 이사의 사퇴가 곧바로 박윤영 CEO 후보 선임 절차의 하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이사회 내부의 판단이다.
조 이사는 박윤영·주형철·홍원표 후보가 경쟁한 최종 심층 면접과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최종 후보 선출은 7명의 사외이사만 참여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조 이사가 참여한 단계는 후보군을 7명에서 3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이었지만, 이사회 사무국이 개별적으로 검증한 결과 조 이사의 의견이 숏리스트 선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당시 ‘탈락 후보 4명을 써내는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됐으며, 조 전 이사의 표를 전부 배제한 경우에도 결과에 차이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법률 검토를 거쳐 “CEO 선임 절차 자체에는 하자가 없다”는 내용을 공식 추인했다. 다만 탈락 후보 일부가 절차적 문제를 들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사회 안팎에서는 법적분쟁으로 이어지더라도 절차적 요건을 확보하고 있어 법적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해킹 대응·권한 논란 겹치며 이사회 책임론 확대
CEO 후보 선임과는 별개로, 현 이사회 체제 전반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조 이사의 자격 상실 사안과 관련해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이사회가 이해관계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지 못했고, 결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이사회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 다수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해킹 사고 이후 이사회 차원의 공식 입장 표명이나 책임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었다는 평가다. 연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영섭 대표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사외이사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CEO의 고유 권한을 제한할 소지가 있는 내부 규정 개정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조직 개편이나 부문장급 인사 시 대표가 이사회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정은 정관이나 상법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사외이사 8명 가운데 2명만 이 규정 개정에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논란은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 소집 가능성과 맞물리며 점차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연내 KT 해킹 은폐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사 결과와 이에 따른 정치·사법적 판단에 따라 임시 주총 소집 요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지난해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8명 가운데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4명(김성철·김용헌·곽우영·이승훈)을 모두 재선임했다. 임기 만료 대상 이사 전원을 연임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사퇴한 조승아 이사를 포함한 나머지 이사들이 재선임을 용인한 만큼, 결격 논란이 있는 이사들을 재선임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재선임에 관여한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KT는 과거에도 새 이사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상법상 ‘퇴임이사’ 체제로 회사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 현재 KT 사외이사는 조승아 전 이사를 제외하고 △김용헌 이사회 의장(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김성철 이사(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양희 이사(한림대 총장·전 미래부 장관) △곽우영 이사(전 현대차 차량IT개발센터장) △윤종수 이사(김앤장 상근고문·전 환경부 차관) △안영균 이사(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 이사(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등 7명이다.
이들 7명이 모두 사퇴 의사를 밝히더라도 임시주총 개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과거 사례에서 확인된다. 2022~2023년 KT CEO 선임 과정에서 구현모·윤경림 후보자가 잇따라 자진 사퇴한 이후, KT는 2023년 3월 31일 임시주총을 개최했다. 당시 임시주총 직전에 사외이사 3명이 사퇴했지만, 상법상 결원 규정에 따라 새 이사회가 구성될 때까지 퇴임이사 자격으로 직무를 수행했다.
이 때문에 현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임시 주총이라는 외부 압박을 통해 이사회 재편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KT 사외이사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현 이사회가 사실상 전면 교체되고, 보다 책임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