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에 따른 조직개편 변화. 출처=김태오 국립창원대 교수
김태오 창원대 교수는 지난 18일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센터장 이성엽)가 주최한 ‘미디어, AI거버넌스 재편에 따른 법정책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에 따른 거버넌스 개편을 “분산된 구조를 일정 부분 수습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절반의 통합’”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위원 정수 확대(7인 체제), 비상임위원 도입, 의사정족수 명문화, 과기정통부에 분산돼 있던 방송미디어 진흥 기능의 이관 등을 이번 개편의 의미 있는 변화로 꼽았다.
다만 그는 “권한은 늘었지만 조직 구성과 의사결정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통합 거버넌스라는 목표에 비해 구조적 변화는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통위 출범 초기부터 고착돼 온 ‘3대 2’ 상임위원 구조가 합의제 취지를 훼손했고, 정치적 대립 속에서 신속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지 못해 법원 취소 판결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번 개편으로 비상임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 체제가 도입되면서 주요 사안과 루틴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합의제 강화가 곧 의사결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의 묘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은 과제로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의 법적 성격, AI 기반 미디어 알고리즘 규율 주체, UHD 전환 이후 주파수 정책, 문체부·공정위와의 권한 중첩 문제를 제시하며 “레거시 방송은 정리 국면에 들어섰지만 OTT·AI·플랫폼 영역은 여전히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통합방송법 제정 역시 방미통위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교수)은 논의의 초점을 “규제 강화냐 완화냐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의 구분”으로 정리했다. 그는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 규제와 진흥, 행정권과 민간 자율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동일한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미디어 심의 기능을 둘러싼 오해도 짚었다. 위원장 전임화와 청문 대상화로 행정권 개입이 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제도적으로는 여전히 민간 독립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개편은 통제 강화가 아니라 역할 정렬의 문제”라며 중재적 시각을 유지했다.
지난 18일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윗쪽 왼쪽에서 세번째)과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윗쪽 왼쪽에서 네번째).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미통위가 독립 규제위원회로서 전문성·독립성·중립성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위원회 내 통신 전문가의 구조적 부재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그는 “방송·미디어 중심으로 위원이 구성되면서 통신은 소외돼 왔다”며 “최소 2명 이상의 통신 전문가를 포함하지 못한다면, 통신 정책은 차라리 과기정통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낫다”고 말했다.
방송발전기금 재원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통신사업자가 납부한 주파수 할당 대가가 방송 분야에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는 통신 인프라 확충이나 AI 기반 통신 서비스, 요금 인하 등에 쓰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 재원 부족 문제는 OTT에 대한 기금 부과로 보완하되, 매출이 아닌 영업이익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유료방송 “생존의 벼랑”…실행력 중심 ‘챔피언 모델’ 요구
현업의 목소리는 보다 절박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부사장은 유료방송 산업이 구조적 생존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비교적 안정적이던 대형 사업자조차 최근 1년 사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광고 시장 급감과 콘텐츠 거래 시장 위축, 글로벌 OTT 확장으로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거버넌스 일원화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현실은 미흡하다”며 “일부 조직 이관은 있었으나 핵심 의사결정과 재원은 여전히 문체부·공정위 등으로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이나 가짜뉴스 논의에 비해 산업 재원 확충과 시장 회복 전략이 보이지 않는 점에 대한 불안감도 표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실행력 중심의 ‘챔피언 모델’을 제안했다. “법 개정에 앞서 1~2년이라도 미디어 산업 위기 극복을 책임질 단일 컨트롤타워를 지정해야 한다”며 방미통위에 타 부처 조정 권한과 실질적 역할을 임시로라도 부여해 당장 작동하는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방미통위 출범이 미디어 거버넌스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규제 체계 정비를 넘어,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누가 책임지고 산업을 살릴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방미통위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