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논란이 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법안 수정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이날 먼저 상정해 처리하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23일 상정해 24일 처리할 방침이다.
법사위 수정안에는 △허위정보와 조작정보를 모두 공익을 해할 경우 유통 금지 △개인 사생활 관련 정보의 사실적 명예훼손 규정 일부 유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친고죄 백지화 △혐오·차별적 표현 범위 축소 등이 포함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과방위안·법사위안 비교(그래픽=문승용 기자)
논란의 핵심은 ‘허위정보’ 개념이다. 과방위는 당초 허위정보 중에서도 ‘허위임을 알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유통한 정보’로 배액배상 대상을 한정했다. 단순 오인이나 착오, 실수에 따른 정보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을 경우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사위는 이같은 제한 문구를 삭제하고, 인격권·재산권·공익을 침해하는 허위정보 전반을 유통 금지 및 손해배상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사후적으로 허위로 판단되는 정보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당시 법사위에 참석했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CCP OUT’(중국공산당 나가라), ‘양키 고 홈’ 중 어느 것이 혐오 표현인가”라면서 “정부 방향성에 따라 혐오 표현 여부가 규정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시민 단체도 헌법에 위배되는 만큼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동찬 시민언론개혁연대 정책위원장은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은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던 내용을 그대로 되살린 것”이라며 “이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시도이며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에서 인터넷 논객을 기소했던 검찰의 논리를 반박하며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공익’과 ‘허위의 통신’의 개념이 모호하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를 어떻게 규정하든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법이 아닌 게시물에 대한 유통 금지 조항을 ‘불법 정보’로 규정하는 나라는 민주 국가 중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자협회도 “권력자의 징벌배상 배제 없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재검토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위원장),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위원장),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위원장) 의결에 반대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해 의석이 비어있다.(사진=뉴시스)
플랫폼 업계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불법 정보’로 의심되면 신고할 수 있게 한 대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신고 요건이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분쟁 조정 절차에 투입되는 업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제도 시행 이후 보상이나 차단을 노린 기획 신고가 남용될 경우, 플랫폼 기업들은 서비스 고도화 대신 행정적 소명과 분쟁 대응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면책 조항이 없는 상태에 민사소송과 과징금 리스크를 플랫폼 사업자가 떠안게 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마약·살인 등 명백한 불법 정보와 달리, 허위조작정보 판별을 민간 사업자가 맡을 경우 리스크 회피를 위해 ‘방어적 검열’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 업계는 6개월마다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비용이 늘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한 경쟁사에서 이를 활용해 악용하거나 어뷰징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삭제조항 넣었다 뺐다 ‘오락가락’
법사위는 과방위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폐지 검토를 반영했던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도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다시 부활시켰다. 또 법사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법사위와 대통령실 간 이견을 보이며 논란을 가중시킨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삭제하고 친고죄 부분을 넣어서 수정안을 만들 예정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정보통신망법 관련 단순오인·단순착오 및 실수로 생산된 허위정보를 원천적으로 유통 금지하는 경우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어 이를 종합해 조율·조정한 뒤 수정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