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경영진 기소, ‘예측 공시’ 경계 흔든다

IT/과학

이데일리,

2025년 12월 23일, 오후 07:1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반도체 팹리스 파두 경영진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예측 정보’의 법적 경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파두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 마벨(Marvell)과 경쟁하는 기술기업으로, 정부 지원을 받은 퓨리오사AI·리벨리온과 달리 메타·구글 등 글로벌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기소 직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공소 제기 내용을 확인한 결과 상장심사 제출 서류에 중요한 사항이 거짓 기재 또는 누락된 사실이 발견됐다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을 공지했다. 이에 따라 파두 주식은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결정 시까지 거래정지가 이어지고 있다.

발주 중단 누락 혐의…‘중요 사실’ 공시 공방 격화

검찰은 파두가 상장 과정에서 주요 거래처인 SK하이닉스의 발주 중단 통보를 받고도 이를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등 투자자 문서에 반영하지 않았고, 신규 거래처 매출 가능성을 과장해 공모가 산정의 전제가 된 정보를 왜곡했다고 보고 있다. 거래처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거래처 임원에게 차명으로 금품을 공여했다는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발주 변동을 파두가 언제, 어떤 성격으로 인지했는지와 그 내용이 투자자 문서에 반드시 담겨야 할 ‘중요 사실’에 해당하는지로 압축된다. 검찰은 발주 중단 통보를 누락한 채 허위 소명자료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보는 반면,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매출 추정과 사업 전망을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 문제라는 입장이다.

파두는 고의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SK하이닉스가 “메타 주문이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정황만으로 이를 확정 사실로 단정하기 어려웠고, 메타와 직접 소통하며 주문 기반으로 납품하는 구조였다고 설명한다. 생산 준비를 진행해 웨이퍼 재고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고의 은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금품 공여 의혹까지…파두 “하이닉스 무관, 스타트업 설립 주주 참여”

금품 공여 혐의 역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파두 측은 “파두 및 하이닉스와 무관하다”며 “별도 법인 (AI소프트웨어 회사) 설립 과정에 전문성이 있는 인사로서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구매·공급 담당이 아니라 사업 전략을 맡던 인물이고, 초기 설립 단계에서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종 수요처인 메타가 파두 기술을 인정한 흐름 속에서 거래처(SK하이닉스)가 파두 제품을 활용해 진입한 것이어서 뇌물을 줄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거래정지 시간표가 최대 변수…영업 리스크 확대

시장 관심은 거래정지 ‘시간표’로도 쏠린다. 한국거래소가 실질심사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업일 기준 15일(약 3주)이 소요되고, 실질심사가 시작되면 2~3개월이 걸릴 수 있다. 다만 기업심사위원회가 개선기간을 부여하면 일정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내년 1분기 보고서 반영 등을 이유로 5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거래정지가 길어질수록 주주 불만이 커지고, 핵심 인력 동요와 대외 신뢰 훼손 등 내부 혼선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의 우려다. 특히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업체와의 공급 계약을 추진하는 국면에서 ‘상장 유지 불확실성’은 영업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회사는 고객사들이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민감한 만큼 소문 확산 자체가 협상에 부담이 된다며 대외 설명과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다음 주 전사 타운홀 미팅을 열어 상황을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주관사 책임은 형사와 행정이 갈라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주관사(NH투자증권) 임직원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당국이 인수인 실사·공시 점검 과정의 중대한 과실 여부를 행정제재 관점에서 별도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재판은 발주 변동의 성격과 인지 시점, 투자자 문서에 포함돼야 할 정보의 범위, 전망치 근거의 충실성, 그리고 고의성 입증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동시에 이번 사건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전반에서 ‘미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기술기업에게 가장 불확실한 ‘미래 매출 추정치’를 사실상 강제하면서, 사후에는 그 숫자를 확정된 약속처럼 판단하면 제도 자체가 모순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을 보고 상장시키는 트랙이라면, 예측 정보는 가설과 시나리오로 해석될 수 있도록 공시 기준과 판단 프레임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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