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들었다고?"…세계 최대 시상식 휩쓴 게임도 수상 취소

IT/과학

뉴스1,

2025년 12월 24일, 오전 06:20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올해의 게임' 타이틀을 거머쥔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33원정대)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 사태는 게임 제작 과정에서 AI의 허용 범위를 둘러싼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해외 게임 시상식 '인디 게임 어워드'(IGA)는 이달 21일(현지시간) '33원정대'에 수여했던 모든 상을 전격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IGA 측은 해당 게임이 '제작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전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완성도는 높지만 순수 창작을 지향하는 인디 게임계의 철학과 배치된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만든 '33원정대'는 올해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올해의 게임'(GOTY)을 비롯해 감독상, 예술감독상 등 9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러한 게임의 수상이 취소되면서 업계 내 'AI 논쟁'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생성형 AI에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게임사는 개발 효율을 극대화할 도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은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예산을 절감하고자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다. 인기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개발 총괄 닐 드럭만은 "AI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인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르코 3D(NC AI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엔씨소프트의 AI 자회사 NC AI는 멀티모달 AI '바르코 3D'를 운영한다. 이는 텍스트나 이미지만 입력하면 3D 애셋(개발 자료)을 생성할 수 있어 작업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한다. 크래프톤은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SLM)에 기반해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CPC를 선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의 69.6%는 AI 기술이 게임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주로 NPC 행동 정교화나 맞춤형 콘텐츠 추천 등 시스템 고도화 측면에서의 AI 활용은 지지했다.

하지만 일러스트나 시나리오 등 '창작'의 핵심 영역을 AI가 대체하는 것에는 여전히 반감이 크다.

게임 심리 분석 업체 'Quantic Foundry'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7%가 게임 제작 내 생성형 AI 활용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특히 서사나 배경 등 예술적 요소를 중시하는 이용자일수록 거부감이 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산하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은 생성형 AI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AI의 잠재력을 활용하되 그 한계와 부작용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소비자들은 인간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과 AI가 뽑아낸 생성물에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선택권 보장을 위해 AI 사용 여부를 투명하게 표기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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