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소재 찾는 자율실험실…"데이터 개방·초기비용 낮춰야"

IT/과학

뉴스1,

2025년 12월 24일, 오후 04:22

24일 서울 성동구에 소재한 나노포지에이아이에서 소재 탐색 자율실험실의 로봇 팔이 시료를 옮기는 모습./뉴스1 ⓒNews1 윤주영 기자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로봇을 활용해 배터리 양극재 등 소재를 탐색하는 '자율 실험실'이 시도되고 있다. 기술이 성숙한다면 24시간 소재 탐색도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부족하단 게 지배적 시각이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분석 장비 등 공공 인프라 △데이터의 표준화·개방 △로봇·AI·화학 등 다학제간 교류 활성화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24일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방문한 서울 성동구 나노포지에이아이의 자율실험 연구현장 간담회에선 이같은 내용이 공유됐다.

AI 기반 소재탐색 전문기업인 나노포지에이아이는 '무기질 소재 자동화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AI가 소재 설계와 물성을 예측하면, 로봇이 원료 측정부터 합성·공정 최적화까지의 R&D 전 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수행한다.

회사는 로봇 기반 자동 합성시스템과 AI를 결합, 연간 3만 건의 신소재를 탐색한다. 특히 배터리 양극재의 합성을 문의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현재 주류인 리튬·철·인산염(LiFePO) 등 LFP 양극재의 그다음을 찾으려는 기업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회사는 한정된 인력을 바탕으로 소재 탐색용 오픈소스 모델을 개량하는 한편, 시료 분석을 자동화하는 로봇 팔 시설도 구축하고 있다. AI 모델로 합성된 시료의 안정성 등 물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측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합성된 물질을 최종 분석하는 인프라의 접근성이 떨어져 문제다. X선 회절(XRD) 분석 등 비파괴분석 장비를 구비해야 하지만, 영세 기업으로선 비용이 부담인 데다 빠른 구매도 어렵다. 인근 대학 시설을 빌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예약 등도 번거롭다고 한다.

현재의 산업 생태계 수준으론 진정한 의미의 자동화를 달성하기 어렵단 의미다. 자본이 넉넉한 대기업에서조차 ROI에 회의감을 표하고 있다.

최윤선 삼성종합기술원 마스터는 "물론 AI 발전으로 물리 공간의 자동화·효율화가 촉진되는 상황이라, 자율 실험실 역시 궁극적인 설루션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으로선 인풋 대비 아웃풋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자율 실험실의 두뇌가 될 AI 파운데이션 모델, 데이터 플랫폼 기술 등은 개별 기업이 확보하기에 부담스럽다. 정부 차원에서 초기 비용과 기술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성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정부 주도의 소재 개발 AI 연구센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공공 인프라를 통해 여러 주체가 따로 연구하던 소재 데이터를 한곳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설 구축 등 초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같은 분석 플랫폼은 국내 연구자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국책과제의 원시(로우) 데이터가 공유되는 '오픈랩' 개념이다. 황진하 홍익대 교수는 오픈랩 개념이 실현되려면 데이터의 표준화, 데이터 공급에 따른 보상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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