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바이오가 제출한 외부평가기관의평가의견서를 살펴보면 휴먼데이타의 대표이사는 유세권 대표이다. (자료=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CB·부동산 거래 조건 변경…거래상대방은 그대로
피플바이오는 지난 24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한회사 휴먼데이타로부터 983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토지 및 건물을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계약금과 중도금 356억원은 오는 31일 납입될 제8회 영구 CB 발행 대금과 상계 처리한다. 잔금 627억원은 기존 담보대출을 승계한다.
이에 앞서 피플바이오는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제8회 CB 발행 구조와 부동산 거래 내용을 정정했다. 지난달 13일 리얼리티젠을 대상으로 발표했던 유형자산 양수 결정을 철회하고 거래 상대방을 휴먼데이타로 변경했다.
CB 발행 대상 역시 리얼리티젠에서 휴먼데이타로 바뀌었다. 발행 규모는 270억원에서 356억원으로 확대됐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연 4.5%에서 2.0%로 낮아졌다. 만기일은 2055년 12월 31일로 사실상 영구채로 여겨진다. 전환가액이 1581원에서 1088원으로 조정되며 전환주식 수가 3272만주(발행주식의 59.99%)까지 늘어나 주식 희석 리스크는 커졌다.
거래 상대방은 변경됐지만 휴먼데이타와 리얼리티젠 모두 유세권 이스턴네트웍스 대표가 이끄는 법인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앞서 이스턴네트웍스는 9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유증과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철회했다. 형식상 제3자 거래이나 동일 대표 체제의 법인 간 거래로 재편됐다.
◇유증 무산 후 극적 재협상…거래 구조 변경
피플바이오는 지난 11월 이스턴네트웍스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피플바이오는 36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주금 납입일인 지난 19일 유증 대금 90억원이 납입되지 않았다. 피플바이오는 해당 계약들을 철회한 뒤 이스턴네트웍스를 상대로 계약 불이행에 대한 전자소송을 제기했다.
그 이후 주말 동안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와 유 대표가 만나 장기간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 측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마련하려 노력했으나 이에 실패하며 유증대금을 납입하지 못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유 대표와 강 대표는 유증 대신 부동산과 영구 CB 상계 구조로 전환하는 투자 방식에 합의했다.
이번에 CB 거래 조건이 개선되고 거래 대상인 부동산이 변경된 것도 이러한 합의 덕분이라는 게 피플바이오 측의 설명이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자본 확충은 피플바이오의 재무적 리스크를 완전 해소하는 것에 최우선을 두고 진행했기 때문에 (유 대표 측도) 당사 편의를 봐준 것 같다"고 언급했다.
기존에 매입하려고 한 부동산은 데이터센터를 세울 목적으로 철거 예정인 건물이 있는 토지 중심의 부동산이었다. 해당 부동산은 은행 대출 상환이 내년 1월부터 가능한 상황이라 이달 내 자본 확충이 급선무인 피플바이오의 거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았다. 이번에 변경한 부동산은 이달 30일 자산 양수 기준일로부터 즉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상가 건물로 전해진다.
이번 거래로 피플바이오는 회계상 자본을 대폭 확충하게 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17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영구 CB 356억원이 자본으로 인식되면 자본총계는 약 370억원대로 늘어난다. 자산총계 역시 부동산 편입으로 270억원에서 1200억원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본잠식률(자본금 대비 자본총계가 얼마나 잠식됐는지 백분율로 나타낸 것)은 크게 낮아지고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도 해소됐다.
이 같은 기대감에 지난 24일 피플바이오 주가는 장 초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종가는 1248원으로 전일 대비 30%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265억원에 이른다.
◇자본 늘었지만 앞으로 현금 흐름이 관건
다만 이번 거래는 단기적인 유동성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CB 발행 대금이 현금 유입 없이 부동산 매매대금으로 상계 처리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피플바이오는 627억원 규모의 기존 담보대출을 승계하면서 이자 부담도 안게 됐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피플바이오의 현금성 자산은 6억원에 불과하다.
피플바이오 역시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현금이 필요한 시기가 올 수도 있으니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며 "내달 31일 기준으로 40억원 유증이 납입될 예정이라 자본과 현금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리얼리티젠이 지난달 참여하기로 결의한 4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아직 유효한 상태로 남아있다. 해당 유증 역시 유 대표 측 법인인 리얼리티젠이 참여하는 구조로 앞선 유증 대금 미납 전례를 감안하면 실제 납입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유증이 막힌 뒤 다른 방식으로 딜을 재구성한 것은 현실적인 선택인 것 같다"며 "부동산 편입과 영구 CB로 자본잠식 이슈는 해소했지만 앞으로의 현금 흐름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