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인공지능이 법률에 미치는 영향

IT/과학

뉴스1,

2026년 1월 01일, 오전 07:30

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

인공지능(AI)은 법률실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미시간대와 미네소타대 교수진, AI거버넌스센터, 오글트리디킨즈 등의 공동 실증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SSRN(사회과학 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약 1만 다운로드로 AI법률 분야 1위로 집계된 논문인데, 연구 참가자들의 소속 기관들 외에 스탠퍼드, 버클리, 그리고 미국 사법부에서 가장 많은 다운로드가 기록됐다.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는 생성형 AI가 법률실무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발표된 새 연구는 AI의 활용이 부분적으로 효율성과 정확성, 그리고 법률적 사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한다. 연구진은 새로 출시된 두 모델에 주목했다. 오픈AI의 챗봇 개량형 o1-preview와 법률정보에 특화된 RAG vLex’s Vincent다.

연구진은 변호사들과 공동으로 작성한 6개의 과제를 127명의 로스쿨 학생에게 부여했다. 클라이언트 이메일, 법률의견서나 메모의 작성, 소장 내용의 분석 등이다. 학생들은 AI의 도움 없이, o1-preview를 사용해서, 그리고 Vincent를 사용해서 각각 2개씩의 과제를 수행했는데 통계학적으로 검증된 방식이 적용됐다.

정확성, 분석력, 정리 능력, 명확성, 전문성 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을 때 AI의 활용이 과제의 수행에 일정한 효율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AI는 향후 법률실무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법률실무의 방식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6개 과제 중 4개의 과제에서 학생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 이런 결론은 누구나 예상하고 말할 수 있지만 이번 연구는 이 분야 최초의 과학적 실증연구다.

과제별로 다소의 차이가 드러났는데, 소송과 관련한 과제에서 AI의 활용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반대로 계약서를 포함한 문서 작성 부문에서는 AI의 활용이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효율을 발생시켰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가 자문과 소송 양쪽에서 실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그 결과 거래와 분쟁 해결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법률전문가들이 시간을 배분하고 사안, 사건 간의 중요도를 선택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AI의 활용이 법률 실무에 미치는 영향에 못지않게 법률 자체에 미치게 될 영향도 중요한 연구 과제다. 불법행위법 차원에서 의료와 자율주행차가 가장 우선적인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그다음은 지식재산권 분야다. 그 외 법률의 모든 분야가 크고 작게 AI 이슈에 영향을 받게 된다.

'모의헌법재판 경연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변론 경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AI 시대에는 법학교육도 달라진다. 미시간대 로스쿨의 경우 기술과 법, 지식재산권 등 전통적인 강좌 외에 AI 시대의 도래로 개설되기 시작한 새 강좌들이 있다. 'AI와 법률' 같은 기초과목 외에도 'AI 샌드박스', 'AI의 위험' 같은 강의가 개설됐고 법률클리닉의 AI 활용도 중요한 과제다. 법학도서관도 AI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 중이다. 도서관은 '기술과 법률'이라는 이름의 부서를 따로 두고 관련 도서나 자료들을 교수와 학생들에게 제공함은 물론 로펌들과 연계해서 AI 활용 조사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법률 분야 AI 활용의 증가와 함께 이른바 'Legal Tech' 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24년의 경우 약 50억 달러의 투자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LexisNexis 같은 법률정보회사들과의 파트너십도 이뤄진다. 특히 미국의 법률 실무에서는 선례(판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법률데이터베이스 회사들과의 합작이 긴요하다. 10억 달러 규모의 M&A도 발생했다. 법률가들의 조심성과 보수성에 비춰 괄목할 만한 변화다.

AI 시대에 법률 분야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문제도 있다. AI를 사용해서 생성하거나 조작한 증거자료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다. '포춘'지 보도에 따르면 2명의 뉴욕 변호사가 있지도 않은 판례를 챗GPT의 도움을 받아서 법원에 제출했다가 제재를 받았다. AI가 활용된 그런 산출물들은 법정 밖에서도 광범위한 사회적 불신 풍조를 생산할 것이다.

AI가 무단으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사나 작가, 교수들이 제기하는 소송도 늘어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두 건의 소송을 낸 상태다. xAI, Anthropic, Google, OpenAI, Meta Platforms, Perplexity 다섯 AI가 무단으로 '뉴욕타임스'의 콘텐츠를 사용했다는 이유다. 지난해 9월에 Anthropic은 일단의 작가들과 사상 최대인 15억 달러 화해를 성립시키기도 했다.

AI가 법관과 변호사들을 필두로 모든 법률가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 놓게 될 것은 분명하다. 종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분쟁과 소송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호사를 대표로 하는 모든 유형의 법률산업 종사자들이 AI 시대의 도래로 급격하게 달라지는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AI는 법률가들의 시간을 절약해 주고 사실상 수명을 늘려준다. 각자에게는 그 빈 곳을 무엇으로 채울지의 숙제가 생긴다.

opini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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