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돈 안 끊긴다…2026년 승부처는 AI 앱"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1월 01일, 오후 05:1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버블이 터지려면 돈줄이 먼저 끊겨야 하는데, 앞으로 2~3년은 그럴 가능성이 낮습니다.” 김정호(66)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확산하는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HBM과 2.5D·3D 반도체 패키징을 연구하는 TERALAB을 이끄는 김 교수는 반도체·AI 융합 분야 전문가이자 IEEE 석학회원(IEEE Fellow)이다. 그는 AI 투자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의 연장선에 있고, 기술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김 교수는 2026년 AI 시장의 승부처를 ‘AI 앱’에서 찾았다. 거대언어모델(LLM)간 성능 경쟁이 이어지더라도, 결국 이용자가 매달 비용을 내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형태로 수익모델이 커지면서 생태계가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에이전트 AI가 표준화되면 휴대폰에 앱을 깔듯, 기능을 구독하고 쓰는 시장으로 간다”고 말했다.

기술의 진화 방향도 이 시장을 향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AI가 더 강한 논리 추론 능력을 갖추고, 텍스트를 넘어 영상·문서까지 다루는 멀티모달로 확장되며, 추론 과정에 검색과 학습이 결합되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키면 끝’이 아니라 스스로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에이전트가 확산되고, 사용자 성향을 기억하는 개인화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경쟁이 더 노골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부터 서비스, 데이터, 반도체까지 비교적 풀스택에 가깝다”며 “수익모델과 데이터가 모두 있어 개인화된 에이전트를 구현하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유튜브, 지도, 메일 등 방대한 서비스 기반이 멀티모달 학습과 개인화를 동시에 밀어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까. 김 교수는 “우리는 메모리,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라는 레버리지가 있다”고 못 박았다. LLM 경쟁에서 뒤처지더라도, AI 인프라와 반도체 경쟁의 핵심 축에 한국이 서 있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빼면 유럽, 일본, 사우디, 싱가포르, 한국 등이 경쟁할 텐데, 꾸준히 하면 충분히 상위권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략의 출발점은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대수와 이를 뒷받침할 전기, 그리고 돈이 기본”이라며 “인프라 위에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 그다음 에이전트 생태계, 이후 국산 칩으로 이어지는 순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기반이 없으면 모델도 서비스도 결국 구호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한국형 AI 앱’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의 문화와 서비스 환경에 맞춘 에이전트를 만들고, 교육·커머스처럼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결합형 서비스로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메인 플랫폼을 당장 쥐지 못하더라도, 생태계 안에서 확실한 쓰임새를 만들어내는 ‘앱’이 한국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과 대전에 집을 두고 오가는 김정호 교수는 오전 7시에 연구실로 출근해 저녁 7시까지 일한다. 그는 “학생들을 통해 공부한다.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석사과정 제자 배재근 학생이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가 주관하는 반도체 패키징 국제학회 ‘EDAPS 2025’에서 최우수 학생 논문상을 받은 데 대해 “그 학생이 잘해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인생 목표가 HBM 분야 박사 100명을 배출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120명 정도가 나왔다. 요즘은 200명까지 욕심을 부린다”며 “이 중 40명가량은 엔비디아, 구글, 오픈AI 등으로 진출해 하나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 분야만 알아서는 세상을 리딩하기 어렵다”며 “AI 시대는 기술과 산업, 경제를 함께 보는 시나리오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를 축으로, AI 앱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2026년에 ‘돈이 도는 생태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김정호(Joungho Kim) 교수는 HBM과 3D 집적·패키징, 신호·전원 무결성(SI/PI) 등 반도체 시스템 설계 분야를 연구한다. ‘HBM의 아버지’로 불린다.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석사 △미국 미시간대 전기공학 박사 △미국 피코메트릭스(Picometrix) 연구 엔지니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 설계팀 수석연구원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현) △미국 실리콘 이미지(현 애널로그 디바이스) 연구 엔지니어 △IEEE 펠로우 △KAIST ICT 석좌교수 △KAIST AI대학원 겸임교수△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GSI) 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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