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칩 위에 ‘근육-신장’을 올렸다…전성윤 KAIST 교수팀, 약물 부작용 예측 길 열어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1월 05일, 오후 04:01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작은 칩으로 약물 부작용과 급성 신장 손상을 예측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횡문근융해증 질환에 따라 근육과 신장이 인체 내에서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며 동시에 손상되는지를 실험실에서 재현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성윤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심기동 기계공학과 교수팀,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약물로 인한 근육 손상이 신장 손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바이오 미세유체시스템(Biomicrofluidic system)’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KAIST 연구진.(왼쪽부터)김재상 박사, 전성윤 교수.(사진=KAIST)
연구팀은 실제 인체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구현하기 위해 입체적으로 구현한 근육 조직과 근위세뇨관 상피세포(신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세포)를 하나의 작은 칩 위에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개발했다.

이번 시스템은 필요에 따라 장기 조직을 연결하거나 다시 분리할 수 있는 ‘플러그-앤-소켓’ 방식의 모듈형 미세유체 칩을 이용했다. 작은 칩 위에서 실제 사람의 장기처럼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설계됐다.

장치에서는 근육과 신장 조직을 각각 적합한 조건에서 따로 배양한 뒤, 실험이 필요한 시점에만 연결해 장기 간 상호작용을 유도할 수 있다. 실험이 끝난 후에는 두 조직을 다시 분리해 각각의 변화를 독립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플랫폼으로 실제 임상에서 근육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토르바스타틴(고지혈증 치료제)과 페노피브레이트(중성지방 치료제)를 실험에도 적용했다. 그 결과, 칩 위의 근육 조직에서는 근육이 힘을 내는 능력이 떨어지고 구조가 망가졌다. 마이오글로빈과 CK-MM 등 근육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물질의 수치가 증가하는 등 횡문근융해증의 변화가 관찰됐다.

동시에 신장 조직에서는 정상적으로 살아 있는 세포 수가 감소하고 세포 사멸이 증가했다. 급성 신손상(신장이 짧은 시간 안에 갑자기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이 발생할 때 증가하는 지표인 NGAL과 KIM-1의 발현도 유의미하게 늘었다.

전성윤 교수는 “근육과 신장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과 독성 반응을 실제 인체와 유사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약물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하고, 급성 신손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며, 개인별 맞춤형 약물 안전성 평가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어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해 11월 12일자로 게재됐다.

AI로 생성한 미세유체시스템 실험 개념 이미지(자료=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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