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래소 지분 상한 규제는 ‘가상자산 겨울’을 부른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1월 09일, 오전 07:26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배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해당 논의가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이 이미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가가 민간 기업의 소유 구조를 강제로 변경할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신호가 던져졌기 때문이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사업에 성공해도 지분의 상당 부분을 내놓아야 한다는 우려가 퍼지면, 투자자는 결정을 미루고 창업자는 국경을 넘을 것이다. 특히 가상자산 산업은 자본과 인재, 기술의 국경 장벽이 매우 낮다. 규제 리스크가 높아지면 생태계 전체가 손쉽게 이동해버릴 수 있다.

“확정된 바 없다”는 해명 자체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혁신과 생산적 금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생산적 금융에서 가장 큰 비용은 규제의 강도 그 자체보다 ‘예측 불가능성’이다. 오늘은 15%, 내일은 백지화, 다시 여론에 따라 20%로 춤을 추는 규제 환경에서는 스타트업과 비상장 기업들의 자본 조달 비용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혁신 생태계의 위축으로 귀결된다.

지분율은 대개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특히 비상장 스타트업이 스케일업(Scale-up) 단계로 나아갈 때 소유가 집중되는 것은 흔한 일이며, 이는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신속한 투자를 가능케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리스크의 핵심은 “대주주가 몇 퍼센트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그 권한을 어디에, 어떻게 행사하는가”에 있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거래 인프라의 공공성을 이유로 지분을 분산시키자는 발상은 선의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후 강제 매각이 불러올 기업 가치 훼손, 투자 위축, 그리고 정부의 개입이 만들어낼 중립성 훼손까지 감안하면, 그 선의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생산적 금융 시장 자체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분 상한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지분 매각 압력이 발생하면 시장은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한다.

첫째, ‘강제 매각’이 예고된 자산에 대해 매수자는 가격을 낮추려 할 것이고, 결국 자산이 헐값에 넘겨지는 ‘파이어 세일(Fire sale)’ 위험이 커진다.

둘째, 경영권과 책임 경영을 전제로 하는 대형 기업의 인수·합병(M&A) 구조 자체가 무력화된다. 혁신 생태계에서 M&A는 단순히 독점을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기술과 인재의 회수(Exit) 통로이자 다음 창업을 촉진하는 재순환 장치다. 이 문을 규제로 충격을 주는 것은 곧 생산적 금융의 쇠퇴를 의미한다.

규제는 소유를 분산시켜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힘을 가진 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어야 한다. 소유를 인위적으로 쪼개면 책임 또한 파편화된다. 오히려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해지고, 실질적 지배력은 불투명한 우회 구조 뒤로 숨어들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복잡한 우회 지배만 키우는 순간, 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목적은 더 멀어질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요구되는 시대적 소명은 대주주 지분율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투명한 규칙과 기술적 책임의 구현이다. 고객 자산의 분리 보관과 실시간 증명(Proof of Reserves), 상장 심사 과정의 이해상충 차단, 시세조종·자전거래 감시 체계, 보안 사고 시의 명확한 배상 책임, 그리고 위반 시의 예외 없는 처벌 등이 본질이다.

물론 이러한 장치들은 단순한 지분 제한 규제보다 훨씬 정교하고 전문적인 ‘제도적 설계’를 요구한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숫자로 해결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과학적 제도 설계에 집중할 때, 가상자산 산업은 비로소 사회적 신뢰를 얻고 생산적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금융 인프라로 성장하고 있다. 성공한 국내 거래소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테크 기업들이다. 이들의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흔드는 것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디스카운트’ 요인일 뿐만 아니라, 국내 유망 산업의 주도권을 해외에 쉽게 넘겨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규제의 목적은 산업 경쟁력의 고사(枯死)가 아니라 건전한 육성에 있어야 한다.

◇강형구 교수는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파이낸스 경영학과 / 한양대학교 컴퓨테이셔널파이낸스공학과 주임교수이며 Korea Business Review(KBR) 편집위원장이다. 2024년 한국재무관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머신러닝 기반 TechFin 기업(한다파트너스)을 창업하고 엑싯을 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융합대학원과 블록체인 연구원(센터장)도 참여하고 있다.

그외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위원회 자문위원(총괄분과, 금융IT분과),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 자문위원,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 등에 참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장교 근무 후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본부 퀀트전략팀, 액센츄어 등에서 재무와 금융에 관한 교육 및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우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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