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장 놓을 곳도 없다”…전력 막힌 한국, AIDC ‘골든타임’ 경고음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1월 09일, 오후 03:04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DC)의 원활한 건립을 위해 전력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산·학·연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현행 전력 공급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과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해민(앞줄 좌측 셋째) 의원(조국혁신당) 주최로 열린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 토론회’회가 개최됐다.(사진=윤정훈 기자)
◇GPU 26만장 소화 위해 800MW 전력 필요…지방 데이터센터 건립 규제 풀어줘야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 주최로 열린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 토론회’에서 조정민 SK브로드밴드 DC사업담당 부사장은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담을 데이터센터가 없다”며 “26만장은 IT 기준 500MW, 수전용량 800MW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는 그 규모의 여유 공간이나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가 없다”고 말했다.

통상 40M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작은 신도시급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800MW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조 부사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이 정도 규모를 수용할 여유 공간이나 구축 계획이 잡힌 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며 “전력은 수영장의 물과 같다. 물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영장 건물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데이터센터 지역균등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조 부사장은 “서남권은 에너지 자립률이 200%가 넘는 전력 여유 지역임에도, 수도권과 똑같은 ‘전력계통 영향평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며 “이 절차에만 짧게는 5개월, 길게는 기약 없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전력 과부하를 막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전력이 남는 지역의 투자까지 가로막는 병목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 스타일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KOCEA) 사무국장은 “차세대 GPU 시대는 전력량이 지금의 4~5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종배 교수 발표 자료 발췌
◇“한국 AI 골든타임 가고 있다”...규제 완화 및 PPA 도입 시급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의 전력 인프라 구축 속도가 AI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데이터센터 한 곳을 짓는 데 3~4년이 걸리는 반면, 송전망 구축에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발제자로 나선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한국의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규모는 이미 말레이시아에도 뒤처지고 있으며 일본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며 “2038년 데이터센터 최대전력 수요가 현재보다 5.2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영·호남권 등 발전 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직접구매계약(PPA)을 허용하고 송전망 이용료를 감면하는 등 특단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원전 인근 PPA에 대해서는 “송전망 부담 완화를 위한 우선 접속(패스트트랙)은 허용하되, 타 소비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저원가 원전 전력을 독점하는 형태의 PPA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사례를 들어 한국도 전력 확보를 위해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 세계적인 전력 부족 현상 속에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원전 발전소를 인수하거나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식으로 장기 PPA를 체결하며 ‘에너지 주권’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MS가 사고가 났던 스리마일 섬 원전을 AI 전용 전력원으로 부활시킨 사례는 AI 시대 전력난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한국도 발전원과 무관하게 직접 계약하고 현지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전용 선로 구축 범위를 확대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데이터센터 현황(자료=한국전력)
네이버클라우드와 다우기술 등 운용사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요청했다.

문정욱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구체적으로 다뤄 중장기 수요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불확실성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데이터센터 수요를 국가전력계획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또 그는 “전력 공급, 안전, 환경 등에 대한 지역 주민 반발 등의 우려가 있다”고 정부 차원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다.

김영준 다우기술 데이터센터 사업총괄은 “고객들은 세계에서 데이터센터 만들기 가장 힘든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꼽는다”며 “싱가포르처럼 인접 국가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거나 국가적 차원에서 PPA 및 V-PPA 제도를 빠르게 도입해 풍부하고 효율적인 전력 공급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기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과 과장은 “AI DC 특별법에 인허가 타임아웃제(90일 내 처리)와 전력계통 영향평가 면제 특례 등을 담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라며 “산업부(기후에너지부)와 협력해 제12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실질적인 AI 수요가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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