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룰 적용 땐 기업투자 ·혁신 의지에 찬물…'네나무' 결합부담도 쑥[only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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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15일, 오후 06:57

[이데일리 이소현 강민구 기자]금융당국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을 검토하면서 경영 비효율과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AI·웹3 융합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고, 전통 금융의 경계를 허물 차세대 금융 플랫폼 모델로 거론되는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결합 구상도 지배구조 재설계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공공성’ 앞세운 지분 제한…네나무 기업 결합 암초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대체거래소(ATS) 기준을 준용해 업비트·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용자가 1100만명을 넘는 시장 영향력을 감안해, 소수 주주에 집중된 지배력을 분산하고 거래소의 ‘공공 인프라’ 성격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논의는 20조원 규모의 초대형 핀테크 법인 출범을 추진 중인 네이버와 두나무의 기업결합 구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사는 오는 6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통합 법인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지분 상한 규제가 현실화되면 지배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분 규제를 근거로 조건부 승인이나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설계에 따르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통합 법인 지분 약 19.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 네이버는 두나무 경영진의 의결권 위임을 포함해 총 29.5%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그러나 ‘15% 룰’이 적용될 경우 송 회장 지분은 상한을 넘게 되고, 특수관계인 합산 규제까지 더해지면 경영진의 의결권 관리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 17% 역시 규제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가상자산은 국경 없는 시장인데 국내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면 대기업도 결국 발을 뺄 수밖에 없다”며 “명확한 근거 없이 ‘공공성’을 내세워 강제 매각을 유도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빗썸도 코빗도 강제 매각 불가피…경영권 확보 불가능

이 같은 지분 제한이 현실화되면 빗썸·코빗 등 주요 거래소의 지배구조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빗썸은 모회사 빗썸홀딩스가 지분 73.6%를 보유하고, 비덴트(10.22%), 티사이언티픽(7.17%)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코빗은 NXC(60.51%)와 SK플래닛(31.55%)이 대주주다.

지분 상한이 도입될 경우 대주주 지분 대부분이 상한을 크게 웃돌아 매각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코빗처럼 외부 자본 유입과 지배구조 재편이 맞물린 거래소의 경우, 인수 주체가 의미 있는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거래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제한 규제가 선례로 남으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막히고 투자 의사결정이 지연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결권 강화’하는 해외 거래소…한국만 ‘갈라파고스 규제’

해외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은 지분 구조를 ‘규제 대상’이 아니라 성장 전략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차등의결권을 통해 과반의 의결권을 확보한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바이낸스도 창업자 창펑 자오(CZ)의 높은 지분 영향력 아래 이사회 중심의 운영 구조를 택해왔다.

이처럼 강한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AI·웹3 유망 기업과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사업 지형을 넓히는 중이다. 코인베이스는 파생상품(옵션) 강자인 데리빗 인수를 통해 글로벌 파생시장 경쟁력을 보강했고, 리플은 기관 대상 프라임 브로커리지 ‘히든 로드’ 인수로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일본 라쿠텐은 ‘에브리바디스 비트코인’ 인수로 이커머스와 가상자산을 결합한 생태계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영국 IG그룹(인디펜던트 리저브 인수), 미국 크라켄(닌자트레이더 인수)도 M&A를 통해 라이선스·상품 라인업을 보강하며 외연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토대로 신사업과 인수에 속도를 내는 동안, 국내는 지분 제한 논의가 투자·M&A의 전제부터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 설계가 ‘공공성’ 논리로 흘러갈수록 혁신 자본 유입과 산업 재편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수료 의존도 99% vs 수익 다변화…규제가 가른 경쟁력

규제 환경의 차이는 수익 구조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해외 거래소들이 자산 수탁, 스테이킹, 스테이블코인 기반 서비스, 자체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차세대 금융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히는 동안, 국내 거래소는 거래 수수료 중심의 단일 모델에 갇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54억달러 가운데 거래 수수료 비중이 57%에 그쳤다. 스테이블코인(18%), 스테이킹(10%) 등 비(非)수수료 매출이 43%까지 올라오며 수익원을 다변화했다. 반면 업비트는 같은 기간 누적 매출 8억5000만달러 중 거래 수수료 의존도가 96%에 달했고, 출금 수수료(2%), 스테이킹(1%)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빗썸과 코인원도 수수료 비중이 99% 수준으로 사실상 단일 수익 구조에 가깝다. 신사업 확장이 제약된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가치와 영향력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혜진 서강대 AI·SW대학원 교수는 “업비트와 코인베이스는 거래 규모가 비슷함에도 기업 가치 평가에서 큰 격차가 난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웹3 융합 ‘글로벌 대전환’…거꾸로 가는 한국

글로벌 시장은 AI와 웹3의 결합이 산업 판을 다시 짜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인수합병(M&A)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을 보강하며 유망 AI 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엔비디아도 대형 LLM 스타트업을 둘러싼 대규모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빈 서강대 AI·SW대학원 특임교수는 “대주주 지배력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글로벌 산업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글로벌 진출 시도를 행정 편의적 지분 규제로 묶어버리면 국내 기업들의 가상자산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역량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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