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대형 부가통신사업자가 국내 전기통신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경우, 관련 전기통신사업자가 사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인공지능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일방적 결정이 국내 통신망 안정성과 이용자 서비스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행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가 트래픽 경로 변경 등 전기통신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할 경우 사전 통보 의무를 두고 있다. 그러나 통보 시점과 절차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망 증설이나 기술적 조정 등 실질적인 대응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같은 한계는 과거 페이스북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페이스북은 2016년 말부터 2017년까지 국내 접속 경로를 홍콩 서버로 임의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홍콩-한국 구간 해저케이블에 과부하가 발생해 국내 이용자들이 대규모 접속 지연을 겪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로 판단해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지만,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해당 행위가 법에서 금지한 이용자 차별이나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고,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이 최종 승소했다. 법원의 판단으로 행정 제재는 무력화됐지만, 국내 통신망과 이용자가 겪은 불편과 위험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그대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인철 의원(더불어민주당)
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대형 부가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할 경우, 행위 30일 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관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 내용과 사유를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했다. 또한 필요할 경우 장관이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추가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과거 페이스북 사례처럼 사전 예고 없는 트래픽 경로 변경으로 국내 통신망에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제도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유튜브, 넷플릭스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품질 변화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도 줄어들어, 망 이용 계약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인철 의원은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의 트래픽 경로 변경은 국내 통신망 안정성과 이용자 서비스 품질에 직결된다”며 “사전 통보를 넘어 실제 대응이 가능한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특정 사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현실에서 망 불안정의 피해가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 의원은 AI 생성물 표시 의무화 법안, 글로벌 빅테크 국내대리인 책임성 강화 법안 등을 잇따라 발의하며 플랫폼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을 제도화하는 입법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개정안 역시 ‘법원이 막지 못한 영역을 입법으로 보완하겠다’는 문제의식 아래 추진된 후속 조치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