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첫 단추부터 늦어진 금융심사…2028년 개소 목표 흔들
국가AI컴퓨팅센터는 2028년까지 첨단 GPU 1만5000장 이상을 확보해 산·학·연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민관 합작 출자를 통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구조로, 사업 공모에는 삼성SDS 컨소시엄 1곳만 참여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0월까지 기술·정책평가를 마친 뒤 12월 금융심사를 완료하고 협약을 체결했어야 했다.
금융심사가 늦어진 배경에는 복잡한 출자 구조가 있다. 공공 출자 지분은 30% 미만으로 제한되지만, 공공 출자금액은 800억원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7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민간 컨소시엄은 약 1867억원 이상의 자금을 출자해야 한다. 한국산업은행은 과기정통부가 추천한 우선협상대상자인 삼성SDS 컨소시엄에 대해 전용 저리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출자 지분율과 사업 조건을 둘러싼 검토 사항이 예상보다 늘어나며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출자 지분율·사업 조건 이견…산업은행 심사도 대기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모 조건과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의 사업 조건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 협의가 마무리돼야 본격적인 금융심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컨소시엄에 여러 대기업이 참여한 만큼 이해관계자가 많고, 투자 규모도 커 신중한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특수목적 시설…착공부터 최소 2년 소요
문제는 금융심사 지연이 전체 일정에 구조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특수 목적 시설로 분류돼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인허가에만 1~3년, 착공 이후 준공까지 최소 2년이 걸린다. 냉각 시스템, 비상 발전기,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 추가 공정도 필요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설계와 시공을 포함하면 통상 4년 이상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라며 “지역 민원이나 전력 인프라 문제로 1년 이상 지체되는 사례도 흔하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는 경기도 남양주 왕숙지구에 올해 데이터센터 착공 예정이지만, 완공 목표 시점은 2029년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보다 늦다.
전력 인프라·계통영향평가가 최대 변수
특히 전력 인프라 구축은 최대 변수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대규모 전력 사용 계약이 필수적인데, 주변 전력 여유 용량 여부와 전력계통영향평가 통과 여부에 따라 일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송전망 구축에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 물리적 시간표의 압박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가 사업인 만큼 인허가 절차를 앞당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가AI컴퓨팅센터 부지는 재생에너지 집적단지인 전남 해남 솔라시도로 결정됐으며, 과기정통부는 공모 단계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속 처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 반발이나 주민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SDS 컨소시엄 사전 준비 착수…7월 착공이 분수령
한편 삼성SDS 컨소시엄은 전남 해남 부지를 직접 방문해 지반 조사 결과와 전력·통신 인프라 여건을 점검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다. 삼성SDS 이호준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금융심사 단계에 있으며 SPC 설립을 위한 전담 조직을 이미 구성했다”며 “설계와 사업 기획 등 사전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7월 착공이라는 목표를 지키려면 금융심사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아무리 좋은 AI 모델이 있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으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국가AI컴퓨팅센터는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기반이 되는 시설인 만큼, 일정 지연을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