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업계, 내수 한계 속 정면 충돌까지…"해법은 글로벌 확장"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전 09:01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업체들의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은 예견됐던 일이다. AI 붐으로 관련 업체들이 기업공개(IPO)하는 사례가 늘고 직접 경쟁하는 분야가 증가하다 보니 치킨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의료AI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업체들간 경쟁 과열 양상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메디아나(041920)가 기업설명회(IR)에서 씨어스테크놀로지(458870)를 저격하자 씨어스는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앞서 뷰노(338220)가 에이아이트릭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 이어 또 다른 정면 충돌의 조짐이 나타난 셈이다.

메디아나가 8일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한 씨어스테크놀로지와의 비교표 (자료=메디아나)




◇씨어스 vs 메디아나 정면충돌 조짐…의료AI 업계 긴장 고조



27일 의료AI업계에 따르면 메디아나는 지난 8일 기업설명회(IR)에서 씨어스와 자사 제품을 직접 비교한 장표를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메디아나의 주력 제품은 유선 환자감시장치인 '메디아나 환자 모니터'(MEDIANA Patient Monitor)로 최근 무선 라인업을 추가해 '유무선 통합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전환을 노리고 있다. 메디아나는 셀바스AI(108860) 계열사로 최근 웨어러블 진단기기(심전도) 전문 기업 에이티센스와 협업하기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의료AI업계에서는 씨어스가 개척한 시장에 메디아나가 후발주자로 진입하며 무리한 비교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씨어스는 2021년 입원환자모니터링 솔루션 '씽크'(thynC™)을 출시해 국내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다. 씽크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병원에 도입되기 시작해 2025년 4분기 말 기준 누적 1만2000병상 구축을 달성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병동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씨어스 측은 자사 제품의 타깃 시장이 메디아나와 실제로 겹질지도 불분명하며, 현 단계에서 메디아나의 제품은 자사 솔루션과 동일선상으로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메디아나의 무선 환자 모니터링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아직 인허가를 획득하지 않은 단계다. 유무선 통합 솔루션이 실제 병원에서 운영된 사례도 없는 상태다. 메디아나 관계자는 "일부 병원과 유무선 통합 환자감시장치의 중앙관리시스템(CMS)에 대한 계약을 진행 중"이라며 "연내 식약처 품목허가 획득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AI 업계에서는 뷰노와 에이아이트릭스의 갈등에 이어 씨어스와 메디아나가 맞붙자 긴장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앞서 에이아이트릭스는 뷰노의 특허 2종에 대해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뷰노 역시 에이아이트릭스를 상대로 '바이탈케어'가 '뷰노메드 딥카스'와 연관된 생체신호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양사는 특허침해소송 1심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쟁 과열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의 공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노이즈는 오히려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려 플레이어 모두를 공멸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좁은 내수 시장서 점유율 경쟁 격화…노이즈 증가 원인"



의료AI업계에서는 두 사례의 공통점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둘러싼 점유율 경쟁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의료AI 상장사 수가 많지 않았고, 각자 타깃하는 진료과가 달라 공생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AI 붐 이후 관련 기업 수가 급증하고 기업공개(IPO)가 이어지면서 서로 사업 분야와 시장이 겹치면서 직접적인 충돌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갈등은 해당 기업들의 국내 매출 의존도가 높을 수록 심해진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은 병원 수, 병상 수가 제한돼 있다 보니 영업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AI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땅따먹기하고 있으니 경쟁이 더 심해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영업 싸움을 위한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노이즈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법적 분쟁 중인 뷰노의 예후·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의 국내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0%에 달한다. 에이아이트릭스의 바이탈케어 역시 아직 해외 시장 진출 전 단계에 있다. 씨어스의 씽크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내수 비중이 100%에 이른다. 메디아나의 무선 환자모니터링 제품은 국내외 인허가 획득 이후에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의료AI 갈등의 해법은 글로벌 확장…내수 한계 넘어야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키(key)는 어느 업체가 먼저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안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의료AI업계의 중론이다.

의료AI업계 관계자는 "이들도 타깃 국가를 확장하게 되면 내수 시장 경쟁보다는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지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며 "의료AI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 각자 강점이 있는 시장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에 갈등의 양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뷰노와 에이아이트릭스는 미국 시장 진출을 두고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 한 기업이 앞서있는 단계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에이아이트릭스는 바이탈케어로 2024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료기기 시판 허가인 510K 인증을 획득했다.

바이탈케어의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신부전 악화 예측, 응급실 환자 상태 악화 예측 등의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임상이 필요한 상태다. 이를 위해 에이아이트릭스는 지난해 9월 미국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Mayo Clinic Platform)과 AI 모델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뷰노는 2023년 초 FDA에 510K 인증을 신청했으나 아직 보완 요청에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지역적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데이터 보완은 지난해 하반기에 완료했으나 추가 보완 요청 사항이 이어졌다. 뷰노의 경우 FDA에 임상 데이터를 제출하며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에이아이트릭스와 달리 인증 획득 후 추가적인 임상 진행 없이 빠르게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어스는 향후 중동·북아프리카(MENA),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판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메디아나는 유선 환자감시장치(PMD)가 해외 시장에 진입해 있기 때문에 무선으로 확장할 경우 해외 진출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디아나 관계자는 "메디아나의 유선 환자감시장치는 미국, 유럽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매출 비중에서 60%~70% 정도는 해외 매출"이라며 "기존 고객사를 대상으로 무선 환자감시장치로 확장할 것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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