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다른 피지컬AI…제조업 강국 한국엔 절호의 기회죠"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후 09:42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거대언어모델(LLM)과 제조 AI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실제 공장에서는 LLM만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장영재 KAIST 제조피지컬AI연구소장은 지난 23일 KAIST 본원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제조 현장에서는 생성형 AI와는 다른 기술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제조 영역에서는 이기종 로봇 통합제어, 디지털트윈 플랫폼, VLM(시각언어모델)·VLA(시각언어행동모델) 기반의 제조 피지컬 인공지능(AI)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장영재 KAIST 제조피지컬AI연구소장.(사진=KAIST)
공정 복제해도 달라지는 결과…제조엔 ‘정답’이 없다

장 소장이 지적한 핵심은 제조 산업의 구조적 특성이다. 같은 공정을 복제하더라도 온도, 습도, 작업자 태도 등 수많은 환경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품질 편차가 발생하고, 이러한 미세 변수는 데이터로 완벽히 수집하기도 어렵다.

그는 “언어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 곧 정답으로 수렴되지만, 제조 공정에는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장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시켜도 같은 결과를 재현하기 어렵고, 불량률 역시 작업자와 환경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강화학습·디지털트윈, 제조 피지컬AI의 핵심 축

이 같은 이유로 제조 피지컬AI에서는 LLM보다 강화학습(RL)과 디지털트윈 기술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RL)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시행착오로 보상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하는 학습 방식이다. 공장에서 로봇, 물류, 가공 설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제어하고, 현실과 동일한 가상 공장에서 AI가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 해법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

장 소장은 “디지털트윈 환경에서는 AI가 수천·수만 번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더 나은 해법을 찾고, 그 결과를 실제 공정에 적용할 수 있다”며 “현실 공장에서 동일한 실험을 하면 비용과 자원 낭비가 발생하지만, 가상 공간에서는 리스크 없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것이 피지컬AI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피지컬AI는 한국에 ‘2라운드’ 기회”

장 소장은 제조 피지컬AI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생성형 AI 분야는 이미 구글이나 오픈AI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선점했다. 하지만, 피지컬AI는 단순한 알고리즘 경쟁이 아니라, 제조 인프라, 공정 지식, 센서·로봇·통신 생태계가 결합돼야 가능한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IT 역량은 강하지만 제조 기반이 약하고, 중국은 제조는 강하지만 IT 경쟁력이 제한적이어서 한국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 산업이 외교·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장 소장은 “중국이 진입하기 어려운 국방·항공·반도체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한국은 다양한 국가와 협력할 여지가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OS’로 다크팩토리까지

그가 속한 KAIST를 중심으로 전북대, 성균관대 등이 참여하는 제조피지컬AI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사업은 피지컬AI 기반 제조 운영체제(OS) 개발을 목표로 한다.

올해 강화학습 기반 로봇 제어 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물류 통합 OS 완성, 작업·물류 통합, 로봇 하드웨어 표준화, 다크팩토리 프로세스 구축이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장 소장은 “자동화가 고도화될수록 로봇과 장비를 통합적으로 조정할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며 “사람이 일일이 명령하는 시대를 넘어, AI가 스스로 공장을 관제하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하드웨어가 연결되는 구조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공장 OS’를 중심으로 한국이 다크팩토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수출을 이뤄내면 한국에 지속가능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영재 소장은 “공장은 한 번 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유지보수와 증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며 “피지컬AI는 기존 공장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공정을 설계하며 제조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