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설탕세’ 도입…과학계 “한국도 정책적 개입 필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01일, 오전 10:17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세계 각국이 ‘설탕세’ 도입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과학계 제언이 나왔다. 설탕 과다 섭취가 비만·당뇨를 넘어 뇌 건강과 정신질환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별 첨가당 음료수 세금 부과 현황(사진=WHO,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은 “사회적 비용 절감과 국민 행복 증진 등 우리 사회적 건강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식품 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유해 요인에 대한 규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최근 국내외 연구진은 설탕이 단순한 비만 유발 물질을 넘어 뇌와 정신 건강을 직접 공격하는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트(KAIST) 김필남, 정용 교수 연구팀은 2023년 국제학술지 ‘Aging 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 설탕 섭취로 인한 당화 현상이 뇌를 감싸는 보호막인 뇌수막을 얇게 만들고 구조를 변형시켜 뇌 노화를 직접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주영 교수팀(제1저자 박성근)이 2023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선 가당 음료의 섭취가 우울증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8만 7000여 명 대상의 코호트 분석 결과, 가당 탄산음료를 일주일에 5잔 이상 마시는 그룹은 마시지 않는 그룹보다 우울증 위험이 4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보르도대학 연구팀은 2007년 ‘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카인에 중독된 쥐조차 코카인보다 설탕의 단맛을 선택했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설탕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과도하게 자극해 마약보다 강한 중독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국민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달 전국 성인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설탕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품목별로는 탄산음료(75.1%), 과자·빵류(72.5%)에 대한 과세 찬성 비율이 높았으며, 설탕 과다 섭취 위험을 알리는 경고 표시 도입에는 94.4%가 찬성했다.

세계 120여 개국 도입…영국은 설탕 함량 47% 감소

해외에서는 이미 설탕세가 보편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120여 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했으며, 영국은 2018년 설탕 음료 부담금을 시행한 이후 과세 대상 음료의 평균 설탕 함량이 47% 감소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품의 당 함량을 낮추는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설탕세를 단순한 증세가 아닌 공공 보건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설탕세 수입을 청소년 체육활동, 노인 건강관리, 필수의료 인력 확충 등 공공의료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이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은 “설탕세는 기업의 제품 개선을 유도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책 수단”이라며 “국가가 건강 관리에 책임을 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실, 대한민국헌정회는 오는 2월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설탕과다사용부담금 도입’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제도 도입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자신의 X를 통해 설탕 부담금과 설탕세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는 어떠시냐”며 국민 의견을 물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설탕 부담금이나 부동산 세제 개편,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제도개혁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어려운 문제일수록 곡해와 오해가 많다”며 “그러기 때문에 정확한 논리와 사실관계, 실제 현실 사례에 기반한 허심탄회한 토론과 공론화가 필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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